'학과 폐지' 갈등.. "기초학문 죽어" vs "취업률 높여야"

유현진기자 2015. 3. 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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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사회적 차원서 논의 필요"

"학과制 유지땐 산업수요와 불일치" "학부제, 인기과 쏠림에 교육부실화"

중앙대가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는 폐지할 수 있는 학부제로 구조 전환을 추진하자 교수들이 총장 불신임운동으로 맞서는 등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23년까지 총 16만 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교육부의 대대적인 대학구조개혁을 앞두고 중앙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구조 변화 몸살을 앓으면서, 기초학문의 융성에 초점을 둬야 할지 산업 수요에 맞춰 경쟁력을 우선시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부제는 지난 1994년 김영삼정부가 전공선택권 확대, 학문 융합 등을 이유로 도입해 10여 년간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서울대가 학부제를 폐지하는 등 주요 대학들이 시행 10여 년 만에 다시 학과제로 돌아갔다. 기초학문 지원자는 줄고,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등 전공교육 부실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앙대 교수들도 학부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학교 측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은 과거의 학부제와 같이 취업률이 낮은 학과 즉 기초학문, 인문학, 예술 분야를 가장 먼저 고사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앙대 학부제는 2016학년도부터 학과 대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되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택하도록 하고,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한 학과는 축소하는 형태다. 중앙대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투표를 통해 이용구 총장 불신임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찬성 측은 취업률이 크게 낮은 학과의 정원이 여전히 많아 학생들이 졸업 후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며 대학구조조정은 산업수요에 맞춰 학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입학정원과 인력수급 상황을 비교하면 자연계열은 5.5% 포인트, 인문계열은 4.2% 포인트 인력이 남는데 반해 공학계열은 5.4%포인트 모자란다. 교육부 역시 산업수요에 맞는 대학 정원 조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중앙대뿐 아니라 많은 대학이 비인기학과 통폐합, 교수평가 강화 등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인문·예체능 계열학과를 공학이나 경영학과 등을 접목한 신산업융합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외대의 경우 프랑스어교육과와 독일어교육과를 학과에서 전공으로 격하해 규모를 축소하는 개편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교육계에서는 대학구조조정이 개별 대학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추진돼야 하며 대학의 사회적 역할과 국가 경쟁력 제고, 균형 잡힌 인력의 수급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대학구조개혁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면서 각 대학이 급진적인 개편안을 추진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라며 "당면한 산업수요를 맞추는 개혁이나, 기초학문 강화로 학문과 창의적인 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개혁이나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차분히 논의하고 조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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