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암살정치 시대 시작되나

손병호 기자 2015. 3. 3.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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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정적 넴초프 희생.. "비판=죽음" 메시지 전달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피살 사건으로 러시아 정치가 또 한번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정치 엘리트들 간에 정적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제거하는 '암살정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TY)는 1일(현지시간) "넴초프 살해 사건은 과거 소비에트 시절처럼 치명적인 폭력과 공포감을 주입해 반대자들을 없애버리는 문화가 도래하게끔 하는 피벗 포인트(Pivot point·전환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치 역시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야권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반정부 인사들의 활동폭도 커졌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런 인사들을 폭력으로 제압하는 시대가 다시 올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에서 망명한 정치범 출신인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는 "지난 1년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부터 제 정치세력들은 비판할 적(敵)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면서 "TV에서도 증오를 양산하는 프로그램이 넘쳤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또 다른 암살, 즉 '정치적 반대'를 암살하는 데 성공한 측면도 있다. 러시아의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야권 인사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암살 사건은 '공포 주입'이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공포정치 문화도 러시아의 오래된 잔재인데 그런 문화가 재연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향후 야권이 제대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정치적 의견 개진 활동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범인들이 넴초프를 저격한 뒤 타고 달아난 승용차의 소재지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300만 루블(약 5400만원)의 현상금도 내걸었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 중 1명이 지난 27일 오후 11시30분쯤 크렘린궁에서 200m 정도 떨어진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다리 위를 걷고 있던 넴초프에게 접근해 옛 소련제 마카로프 권총 6발을 발사한 뒤 곧이어 뒤따라온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 6발의 총탄 가운데 4발이 넴초프의 가슴과 머리에 맞았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에 따라 키 170∼175㎝의 짧은 검은색 머리를 한 범인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야권은 3일 넴초프 장례식을 거행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인파가 몰리며 반정부 시위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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