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 가능성

이효상 기자 2015. 2. 2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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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 금지' 위반 혐의도'정치관여 금지'는 시효 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국가정보원이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시민단체는 국정원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지난 24일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회갑 선물로 받은 시계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버렸다는 2009년 당시 언론 보도와 관련해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검찰 조서에도 없는 '논두렁'을 붙여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이 전 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셈이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허위사실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009년 발생한 일이라 공소시효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공소시효가 7년으로 혐의 적용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조항과 직권남용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소지도 있다. 국정원법은 국정원 직원이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찬양·비방하는 의견이나 사실을 유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국정원의 18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정원의 언론플레이가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정치관여 금지 조항은 적용하기 어렵다. 2014년 1월 국정원법 개정으로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늘어났지만 사건 당시인 2009년에는 공소시효가 5년이었다. 국정원이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 의견을 검찰에 제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만큼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 적용도 검토되고 있다. 국정원법은 국정원 직원이 다른 기관 직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7년이므로 적용 가능하다.

국정원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논두렁'과 관련해) 국정원이 자극적으로 과장을 한 것은 인정되나 국정원이 제공한 정보를 보도한 언론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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