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못 줘" 불륜남 적반하장 .. "금전적 복수" 문의 빗발

전영선 2015. 4. 2.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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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이젠 죄가 아니다" 큰소리아내의 이혼 요구에도 버텨법원은 위자료 책정 변화 없어전문가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

"위자료는 500만원 정도로 하시죠."

 결혼 1년 만에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법원에서 이혼조정 절차를 진행해 온 J씨(32·여). 그는 지난달 16일 이 같은 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난해 말 1차 조정 때 위자료로 제시됐던 1500만원도 적다고 생각했는데 더 줄어든 것이다. J씨는 지난 2월 간통죄 위헌 결정 후 "위자료 액수가 늘 것"이란 뉴스를 접하고 위자료 증액을 기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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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건 남편 K씨(38)의 태도 변화였다. K씨는 "(간통죄 위헌으로) 이젠 간통이든, 불륜이든 죄가 아니다. 아내의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J씨는 "책임 있는 쪽이 오히려 큰소리칠 수 있도록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며 "간통죄가 살아 있을 때는 이혼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J씨는 정식 이혼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2월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제기돼 온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각 단체는 "부부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민법상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피해를 본 배우자가 고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혼외 성관계로 이혼했을 경우 해당 배우자에게 양육권을 제한하거나 ▶양육비 상한선 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는 "위자료 액수에 변화가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형사처벌이 사라진 만큼 '금전적 복수'라도 하고 싶다는 하소연들이다. 송명호 변호사는 "(헌재 결정 전에는) 부정행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위자료 3000만원, 정황 증거만 있으면 2000만원을 거의 공식처럼 청구해 왔다"며 "지금은 의뢰인들의 요구에 따라 위자료를 증액 청구하고 재판에서도 징벌적 위자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통죄 위헌 결정 후 선고된 이혼사건들을 보면 현재까지는 법원의 실질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 한 법원에서 지난달 5일 선고된 A씨(46)의 이혼소송에서도 '징벌적 위자료'는 없었다. A씨는 아내(34)와 아내의 직장 후배(35)가 불륜관계라는 말을 후배의 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들을 미행해 모텔에서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고 증거를 잡아 추궁하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이에 A씨는 부인과 내연남을 상대로 위자료 5000만원과 딸(7)의 양육권을 요구했다. 법원은 주된 귀책사유가 아내·후배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위자료는 평균 위자료 액수에도 못 미치는 1500만원을 선고했다.

 50대 초반 여성 B씨의 경우 지난해 남편이 13년간 내연관계를 유지해 온 여성으로부터 강간혐의로 고소당하면서 악몽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문제의 여성이 "그만 만나자"는 남편 말에 앙심을 품고 벌인 일이란 사실이 밝혀졌지만 부부간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B씨는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했으나 2000만원만 인정됐다.

 이 같은 상황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인 위자료가 사실상 전적으로 판사 재량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민법 개정 등을 통해 징벌적 위자료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배금자 변호사는 "귀책사유가 있는 쪽에 친권·양육권을 주지 않도록 하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에도 징벌적 요소를 도입해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법 개정에 나서지 않으면 억울한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위자료를 간통죄 위헌 이전과 다르게 책정해야 할 근거가 없고 판례도 축적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에서 상반기 중 공개변론을 실시할 예정인 '이혼 파탄주의' 사건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정숙 변호사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깨진 경우 잘못한 쪽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파탄주의'로 판례가 바뀌면 위자료 기준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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