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짝퉁오명 벗고 '자동차대국' 넘본다

2009. 12.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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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수 점유율 30% 육박…볼보·사브 등 인수 추진

올해 생산·판매 세계 1위…"2~3년 안 한국 위협"

중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매물로 나온 업체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자동차 대국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국이 더 이상 '짝퉁' 자동차가 판치고 선진 업체들의 철지난 모델이 생산되는 자동차 후진국이 아니라 일본·한국산 자동차와 대등한 경쟁을 펼치는 위협적인 상대로 떠오를 때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베이징자동차는 최근 사브의 기술을 2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베이징자동차가 인수한 것은 자동차 플랫폼(차대) 3개, 엔진 2개, 변속기 2개 등의 기술이다. 베이징차는 이르면 2012년 이 기술을 이용한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포드로부터 볼보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가 내놨던 허머는 중국 기계공업회사인 쓰촨텅중에 팔렸다.

올해 금융위기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휘청하는 틈을 타 중국은 자동차 생산·판매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올해 자동차 1300만대를 만들고 1350만대를 팔아, 그동안 1위였던 일본과 미국을 제치고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세계 1위로 올랐다. 2010년 1500만대, 2015년 20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추정되는 등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도 무섭다. 게다가 지엠 등 미국의 '빅3' 업체들이 소유하고 있던 브랜드를 대거 내다파는 동안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이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 뒤에는 자동차 산업을 크게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야심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이미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자동차 회사를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중국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진행계획'이 국무원 상무회의를 통과했으며, 그 뒤에 열린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제11차 2차회의에서는 자동차 소비 환경의 개선, 자주브랜드의 발전, 신에너지자동차 생산·보급 등에 대해 다양한 제안들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점유율 15% 이상인 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더욱 키우고, 영세업체는 도태시키는 방안을 내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형업체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중국 자동차 산업은 '시장을 주고 기술을 받는다'는 전략에 따라 발전해왔다. 누구나 탐내는 중국 내수시장을 국외 선진업체에 열어주는 대신, 합자 등을 통해 국내업체에 기술을 이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발전해 온 중국 자동차의 수준을 두고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은 "중국의 완성차 기술은 아직 국내 업체들과 10년 정도 격차가 벌어져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의 최근 성장세는 눈여겨봐야 한다. 전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난립해 점유율 10~15%를 차지하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 시장에서, 3개의 중국 독자 브랜드는 올해 점유율 30%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일부 브랜드는 유럽이나 남미에 수출되고 있다. 독자 브랜드를 가진 업체로는 국유기업인 체리자동차, 민영기업인 지리자동차와 비야디(BYD) 등이 꼽힌다. 독자 브랜드 대표주자인 체리차는 10년 연속 국내 브랜드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볼보 인수로 유럽시장에 터를 다지려는 지리차는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세계화에 가장 발빠르다.

비야디는 독자적인 2차전지 솔루션을 갖고 있는 등 전기자동차(EV) 분야의 강자다. 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선진 업체들의 기술을 흡수한다면 기술격차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중국차는 우리나라 자동차업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중국차가 경쟁력을 키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업체들과 경쟁을 벌이게 되리란 예측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한해 150만여명의 자동차 관련 엔지니어들이 배출되는 등 중국의 산업기반은 두텁다"며 "소형차·저가차 등의 분야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미리 키워두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아직까지 중국이 뒤쳐지고 있는 부품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다져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부품업체를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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