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뉴스] 대만에서는 왜 반한 시위가 일어났을까?

2010. 11. 23. 09: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BS정치부 김주명 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오늘은 '대만에서 왜 반한감정이 폭발했나?'라는 주제로 얘기를 다루어 본다. 지난주부터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격하게 표출되고 있다. 한국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한국 학교에 달걀을 던지는 등 반한 감정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황당하기까지 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왜 대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보자.

▶ 이번 사건의 발단은 대만의 여자 태권도 선수가 경기도중 실격패를 당한 것에서 시작됐는데?

= 지난 17일 광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여자 49kg급 경기에서 대만 선수가 실격패를 당하면서 시작됐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대만의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베트남 선수와의 경기에서 9:0으로 일방적으로 앞서는 경기를 펼치고 있었는데 경기 종료 12초를 남기고 실격패를 당했다.

실격은 양수쥔 선수가 규정에 어긋난 센서를 부착하고 출전했기 때문이었다. 양선수가 착용한 전자양말은 1997년 제조된 것으로 이미 단종된 것인데, 현재 사용되는 전자양말은 별도의 센서가 부착되지 않는 반면 양 선수는 센서가 부착된 규정에 어긋난 전자양말을 신고 나왔던 것이다.

문제는 경기 시작 전에 장비검사를 하게 되는데 장비검사 과정에서 문제를 삼지 않다가 일방적으로 경기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불과 12초를 남기고 실격패를 선언한 것이었다. 경기 운영의 미숙 때문에 사태가 커진 것이다.

다 이긴 경기에서 실격패를 당한 양 선수는 억울함으로 호소하며 경기장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고 이를 지켜본 대만 국민들이 흥분을 하게 된 것이다.

▶대만에서 태권도가 상당한 인기종목인데다 실격당한 선수는 꽤 인기가 있는 인물이었다는데?

= 사실 태권도는 대만에게는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으로 대만 사람들에게 적어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상당한 기대 종목이었다.

또 양수쥔 선수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하고 있어서 '대만의 김연아'로 비교되기도 할 정도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가 대만 국민들이 보기에 억울한 실격패를 당했으니 흥분을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실격패를 당한 것이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나?

= 이 부분이 어처구니 없는 대목이다. 양 선수의 실격패는 한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한국선수와 경기를 한 것도 아니고 심판이 한국인도 아니었고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것도 중국 선수였다. 그런데 처음에 이 실격패가 알려진 직후 대만 인터넷에 주심인 페르난데스씨가 필리핀 국적이지만 한국계라는 글이 올랐고 이를 계기로 순식간에 반한 감정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세계태권도연맹(WTF) 양진석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양 선수가 부정행위를 했기 때문에 실격패를 선언한 것이다"라는 기자회견을 하게 됐고 아시아태권도연맹(ATU)도 "대만이 속임수를 썼다"고 성명을 발표했는데 아시아연맹의 영향력 있는 인사로 홍석천 부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대만에서 보도됐다.

양 총장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홍 부회장은 필리핀 국적으로 두사람 모두 한국 국적은 아니지만 한국인으로 볼 수 있고, 또 태권도가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점 때문에 한국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양수쥔 선수가 어제 저녁 귀국했는데 대대적인 환영행사가 있었다.

= 양 선수는 22일 저녁 대만으로 귀국했는데 그야말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부총리급인 행정원 부원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환영행사에 참석했고 시민 천여명이 열렬한 환영을 했다.

금메달을 딴 다른 선수들과 함께 귀국했지만 메달리스트보다 더 주목을 받고 환영을 받은 선수는 양수쥔 선수였다. 일부 팬들은 '정의의 금메달'이라는 메달을 만들어 양 선수에게 주기도 했다.

▶양수쥔 선수는 자신의 실격이 한국 때문이 아니라며 자제를 요청했다는데?

= 양 선수는 자신의 실격패 직후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폭발하자 자제를 호소했었다. "자신이 억울한 실격패를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한국인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했던 것이다.

22일에도 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학교에 달걀을 투척한 사건과 관련해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면서 "대만의 태권도 팀에도 한국 코치가 있고 1년 넘게 고생하며 우리들을 가르쳐왔다. 이번 일은 정말로 한국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이번 사건을 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실 대만 언론에서도 점차 이성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한감정 폭발 과정을 보면 그 양상이 매우 심각한 것 같다.

= 그렇다. 대만 내의 한국인들 조차 예상치 못한 반한 감정에 당혹해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도 소개됐지만 태극기를 불태우기도 했고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호소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 타이베이의 한국학교에는 최근 두차례 달걀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중남부 지방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더 심한데 일부 상점은 '한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내걸기도 했고 일부 상점은 한국 물건을 팔지 않거나 한국인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해에서 비롯된 반한 시위가 이처럼 격하게 표출된 것은 반한 정서가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 우리의 복지부 장관에 해당하는 양즈량 대만 행정원 위생부장은 지난 6월 공개적으로 "한국인을 싫어한다"고 발언했는데 그 이유로 '1992년 단교 당시 배신적 행위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사람들은 아직도 92년 당시 단교와 여객기 운항금지 조치를 떠올리면서 한국에 대한 배신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민호 코트라(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이같은 단교과정의 섭섭한 감정이 깔려있는데다 "경제적으로 한국이 대만과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면서 한국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대만에서 핵심 산업인 반도체나 LCD 등의 어려움으로 대만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이 분야 경쟁상대가 모두 한국 업체들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국상품 불매운동에 단골로 등장했던 것이 LCD 모니터였다.

▶이번 사건이 정치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대만의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는데?

= 어떻게 보면 사실 반한 정서를 부추긴 것은 정치권이었다. 대만에서는 오는 27일 지방선거가 치러지는데 이 선거의 이슈로 반한 정서가 악용되고 있다.

대만 방송에 태극기를 태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태극기를 태우는 사람이 사실은 지방선거 출마자라고 한다. 후보들이 난립하다 보니 양수쥔 사건과 관련한 대중적 감정을 선거에 활용하려는 후보가 늘고 이들이 자극적으로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대만대표부의 이지호 영사는 "마잉주 총통이 이성적으로 대처할 것을 호소하고 대만 외교부가 이번 사건에 한국이 관련이 없다는 성명을 낸 뒤 반한정서는 가라앉는 분위기이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잦아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교민들이나 기업의 피해는 없나?

= 교민들과 기업들의 피해는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은 한국과 대만의 경제 교류의 상당 부분이 부품이나 산업용 장비 등이기 때문에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자영업과 소비재의 경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미용실을 개업한 한 한국인은 개업 직후 터진 양수쥔 사건과 반한감정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최근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이 대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대장금 이후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김치같은 경우 대만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끄는 음식인데 이번 반한 정서로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이민호 관장은 설명했다.

이 관장은 "대만인들 사이에 단교 당시의 상처가 뿌리 깊히 박혀 있고 이후 중국 본토 중심의 외교정책으로 우리 정부에 대해서 매우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이같은 입장을 배려하면서 우리가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대만의 반한 정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jmkim@cbs.co.kr

대만교육부장 "한국학교에 달걀투척 말아달라"

대만 '양수쥔 사건'…달래는 언론 VS 부추기는 언론

대만, 반한감정 확산속 자제호소

외교부 "태권도 판정, 한국과 무관"…공식 대응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