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취직빙하기'..대졸자들 표류중

도쿄/조홍민 특파원 2010. 11. 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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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일본 가나가와현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남성(25)은 최근 1년간 몸무게가 7㎏이나 빠졌다. '취직 스트레스' 때문이다. 직장을 찾아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아무 것도 없다. 자동차, 부동산, 건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려 40군데나 찾아가 면접을 봤지만 '전멸'이다.

아사히신문은 17일 한 구직활동 대졸자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대졸자들이 표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학졸업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 취직이 안되는 이른바 '취직빙하기'가 다시 도래한 탓이다.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이 지난 16일 발표한 지난달 현재 취직 내정률은 57.6%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포인트 떨어졌다. 이른바 '취직빙하기'로 불리던 2003년의 내정률 60.2%에도 밑도는 수치다. 같은 조사를 실시한 1996년 이후 최악이다.

취직 내정률이란 취업 상황을 조사해 취직결정자 수를 취직희망자 수로 나눈 것이다.

취직 내정률을 계열별로 보면 문과가 57.4%, 이과가 58.3%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포인트, 10.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과계의 하락폭은 사상 최대 폭이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은 불황 등을 배경으로 기업이 신규 대졸자 채용을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때문에 올 봄 대학 졸업자 6명 가운데 1명은 진학도, 취업도 결정되지 않은 불안한 신분으로 사회에 나서게 된다. 이런 사람이 8만7000여명에 달한다.

대학생의 취직난 심화는 사회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많은 학생이 공부보다는 취업에 우선 순위를 두면서 일찌감치 취직활동에 벌이는 이른바 '슈카쓰(就活)'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기업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하면서 직장을 알아본다. 직장이 정해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 1년 이상, 나아가 졸업 후까지 슈카쓰를 해야 하는 '취업재수'를 해야한다.

학교에서 받는 수업도 기업설명회나 면접을 우선해 결정하면서 대학교육의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의 국·공립, 사립대 등이 참여한 '취직문제 간담회'가 지난 6월 실시한 조사(1168개교 응답)에서는 "취직활동이 전년도보다 장기화하고 있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학생들의 구직활동이 수업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5년전보다 많아졌다"고 응답한 대학도 30%를 넘었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전문교육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2일 경제계, 대학 관계자들을 불러 대졸자 취직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업측에 채용인원을 조금이라도 늘려달라고 요청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도쿄/조홍민 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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