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학교로 날아든 '사죄의 편지'

2009. 12. 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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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초등학교 학생들에 폭언

일 극우단체 행동 반성

"그들 대신해 사죄" 글 쇄도

"일본 사회 일원으로 그들을 대신해 사죄합니다."(도쿄의 일본인)

이달 초 일본 교토 조선제1초등학교에서 발생한 민족차별 극우단체의 행패(<한겨레> 19일치 10면)와 관련해 경찰의 방치를 개탄하고 피해 학생들을 위로하는 격려의 글이 일본 각지에서 답지하고 있다. 또한 도쿄와 교토에서는 일본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긴급 규탄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조선학교를 지지하는 모임 교토·시가'의 에바다 마모루(65) 사무국장은 2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건 이후 우리 모임에 200여통의 편지와 전자우편, 팩스가 도착했다"며 "절반 정도가 일본 사람들한테서 온 것으로, 일본에도 양심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은 사건 발생 이후 '격려의 말걸기'라는 이름으로 편지 보내기 운동을 벌여왔다.

'자이니치(재일동포) 특권을 허용하지 않은 시민' 등 민족차별 극우단체 회원 10명은 지난 4일 학교 쪽이 인근 공원에 골대를 설치해 운동장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점거라며, 골대를 쓰러뜨리고 학교 앞에서 "스파이 자식들" "김치 냄새가 난다"는 등 민족차별적 폭언을 쏟아부었다.

도쿄에 사는 한 일본인은 격려편지에서 "이(우익단체의) 어른들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리석고 어린이 같은 사람들이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그들의 말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카드를 학교로 보내거나 책을 사서 선물하는 이들도 있었다. 학교 쪽은 "충격을 받았던 학생들이 이런 격려에 용기를 얻고 기운을 차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민족차별 행위를 방관하는 일본 사회 분위기를 개탄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일본인은 "문제의 근원은 극우단체 행동보다도 행정 당국(경찰)이 이런 악질적인 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의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사이트 '2채널' 등에서도 "이런 행동은 질이 낮다" "역효과다"라며 '반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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