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란 이유로 '화학적 거세' 판결 60년뒤..영 '국가폭력 자살' 수학자 튜링 특별우표 발행

2012. 1. 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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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체국 '위대한 10명' 포함

1954년,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스스로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한입 베어먹고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 여성호르몬을 정기적으로 주사하는 '화학적 거세형'을 받은 지 2년 만이었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우체국이 2012년 2월에 발행할 특별 우표에 담을 '위대한 영국인 10명' 가운데 튜링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과거 '중대 외설' 죄로 규정된 동성애로 유죄 평결을 받은 튜링을 공식 사면하라는 온라인 청원이 제기되자 이뤄진 결정이다. 이 청원은 올해 6월23일 튜링 탄생 100돌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데, 올 11월까지 10만명이 서명하면 영국 하원에 논의 의제로 회부된다.

튜링은 24살에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라 할 만한 '튜링 머신'에 대한 이론 체계를 고안한 천재 수학자였다. 또 2차 세계대전이 진행중이던 31살에는 영국 암호 해독 부대에 몸담으면서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인 '콜로서스'를 만드는 데 주요한 기여를 했다. 당시 이 부대는 콜로서스를 이용해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해독했고, 이후 노르망디 상륙작전 승리에 기여했다. 스티브 잡스가 택한 애플의 '사과' 로고는 독사과로 자살한 튜링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있을 정도로, 튜링은 컴퓨터 역사에 오롯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반 세기 전 영국 사회는 튜링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를 치욕과 죽음으로 몰아갔다. 최근 온라인 청원서는 "앨런 튜링이 구해내려 애썼던 국가는 되레 끔찍한 절망과 때이른 죽음으로 그를 몰아넣었다"며 "이는 영국 정부와 역사에 치욕으로 남아 있으니, 튜링을 사면하는 것은 당시 같은 법 적용을 받았던 다른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죄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튜링에 대해서만 이런 특별 사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 등으로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태다.

튜링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사죄 청원 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동당이 집권했던 2009년에는 영국 정부 누리집에 튜링에게 사죄하라는 수천명의 온라인 청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당시 고든 브라운 총리는 "튜링에 대한 처우는 끔찍한 것이었다"며 정부 차원의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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