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馬 이탈리아 운명은 '슈퍼 마리오'에 달렸다?

김성휘|권다희 기자 2011. 11. 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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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무제한 국채매입 선언 등 적극대응 필요

[머니투데이 김성휘기자][ECB 무제한 국채매입 선언 등 적극대응 필요]

이탈리아 국채가 9일(현지시간) 7%를 상향 돌파하면서 시장에는 현재 상황이 돌아올 수 없는 선, 이른바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진단이 파다하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모두 국채금리가 7%를 넘은지 한 달도 못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유로존 3위 경제국 이탈리아마저 구제금융을 받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위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마지막 구원투수로 여겨지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도 등판을 망설인다. 물가안정만 목표로 삼은 ECB가 국채매입에 따른 인플레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이제라도 ECB가 스스로 유럽의 최종 대부자(last resort)임을 선언, 유로존 국채를 제한 없이 사들여야 한다는 ECB 역할론이 높아지고 있다.

ECB를 배제한다면 이탈리아를 구할 방도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째 유럽 위기의 방호벽 역할을 하는 EFSF가 이탈리아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거나 둘째 EFSF가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제규모가 너무 큰 게 걸림돌이다. 2조달러가 넘는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은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 3개국 합계보다 크다. 대마불구(大馬不救) 즉, 이탈리아의 덩치가 너무 커서 구제하기 어렵다(too big to rescure)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에 6000억~7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EFSF의 가용 잔고는 2500억~3000억유로에 그친다. EFSF의 '화력'과 이탈리아의 덩치를 고려하면 앞선 두 방법으론 미흡하다.

세번째 대안은 프랑스가 강력히 주장했던 ECB를 활용한 EFSF 기금의 레버리지 방식이다. 이 경우 EFSF가 매입한 국채를 ECB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다시 자금을 조달, EFSF의 한계를 거의 무제한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ECB가 적극 나서야 하는 데다 이 방안은 유럽 정상회의에서 한 차례 거부된 바 있다.

끝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있지만 지난번 파리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선 국가간 입장이 엇갈리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결국 이탈리아 위기와 유로존 채무문제 해결의 열쇠는 ECB가 쥔 셈이다.

ECB가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EFSF 기금의 레버리지에 참여해 EFSF에 운신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또 현재 "제한적"이라거나 "일시적"이란 수사 아래 불가피하게 실시하고 있는 국채매입프로그램(SMP)을 '무제한 매입' 기조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 유럽 국채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주고 국채 금리 급등세도 잡을 수 있다.

물론 이른바 유럽 단일 재무부를 출범해 제각각인 재정정책을 조율토록 하거나 유로본드를 발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므로 현재의 위기해법에는 역시 ECB의 결단이 최선이다.

'고집불통' 독일의 반대 넘어라= ECB의 '해결사' 역할에 발목을 잡는 것은 독일이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ECB 최대 출자국이란 지위가 말해주듯 유럽의 재정과 통화 문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ECB 본부도 독일의 금융수도인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위르겐 스타크 ECB 집행이사

독일은 1~2차 세계대전 사이의 1920년대에 극단적인 물가상승(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상당한 고통을 겪었다. 이런 국가적 경험 속에 탄생한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전통적으로 엄격한 인플레 관리라는 목표에 충실하다.

독일 출신으로 ECB의 국채매입을 비판해 온 위르겐 스타크 ECB 집행이사는 이날도 "ECB는 '최종 대부자'가 아니고 그럴 경우 독립성을 저해할 것"이라며 ECB 역할론에 제동을 걸었다.

시장에선 ECB가 이 같은 독일의 입장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고 지적한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지금까지 이탈리아 국채 900억유로어치를 샀지만 시장에 진짜 효과를 내자면 수백억유로어치를 더 사야하고 무엇보다 이것이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인플레를 초래)하리라는 우려를 지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ECB가 인플레 유발에 대한 독일의 거부감을 극복하지 않고는 시시각각 높아지는 위기의 파도를 막을 수 없다. ECB는 안팎에 포진한 독일 측 인사들과 독일 정부에 ECB 역할 확대를 통한 위기해결이 필요함을 설득해야 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핌코 CEO는 이날 "ECB가 (위기 악화를 막는) 서킷 브레이커 역할을 할 수 있으나 이는 다른 주체들의 조치가 뒷받침될 때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ECB의 제한적 역할만 규정한 현행 리스본 조약도 개정해야 한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관리뿐 아니라 고용유지를 핵심목표로 삼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까지 들어가며 천문학적 액수의 달러를 시장에 투입, 이른바 양적완화를 실시한 것도 이런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마법총알' 필요= 유럽 국채위기가 불거진 뒤 줄곧 강조된 명제가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문제는 관리할 수 있겠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확산되면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걱정하던 대로 불길은 이미 확산됐고 나무 몇 그루가 아니라 숲 전체를 태울 기세다. 이런 마당에 ECB가 계속 결단을 망설이면 유럽 주변국 채권과 그 신용부도스와프(CDS)는 수요 부진과 투기세력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알렉산더 프리드먼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소설 속 마법의 은탄환(Silver Bullet)은 괴물을 한 방에 쓰러트리지만 현실엔 그런 게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드라기 총재, 지금이 당신의 은탄환을 쓸 때"라고 지적했다.

존 카날리 LPL파이낸셜 투자전략가도 "여기가 바로 슈퍼 마리오(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별명)가 등장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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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기자 sunn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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