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강등' 일주일>'황혼의 제국' vs '아직 건재'.. 길 잃은 '팍스 아메리카나'

천영식기자 2011. 8.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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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낙관론 공방

미국의 사상 첫 신용등급 강등이 11일로 1주일째를 맞았다. 미 증시는 그동안 급락과 급등을 반복,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미국 및 세계 경제가 사상 첫 신용등급 강등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신용등급 강등이 미국의 쇠퇴를 알리는 경종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1주일은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 미국은 여전히 초강대국이다. 신용등급 강등이 존재의 위기도 아니고, 외국 군대가 미국을 침범한 것도 아니다. 소련이 붕괴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적수가 없으며,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빚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인은 1주일 동안 너무나 어색하고 불쾌한 경험을 겪고 있다.

특히 '강등(Downgrade)'이라는 어감이 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이다. 미국은 1등 국가가 아니라 2등 국가라는 극단의 해석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냉전체제 붕괴 이후 '팍스아메리카니즘'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지미 카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미국은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에서 넘버원 파워를 갖고 있었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늘어나는 의문은 과연 우리가 여전히 넘버원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우방은 그들의 미래 때문에 우리를 걱정하고 있고, 비우방국가들은 낄낄대거나 다소 이 상황을 즐기면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미국이 세계 경제의 기생충처럼 살아왔다"고 독설을 퍼붓기까지 했다. WP는 "신용등급 강등이 단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미국이 이미 저물고 있는 제국(empire in twilight)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그의 자서전에서 "미국이 쇠퇴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포스트 슈퍼파워'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대통령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 2009년 미국의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영국은 영국대로, 그리스는 그리스대로 모두 예외주의를 믿는다"면서 미국의 초강대국 지위를 스스로 부정, 공화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학자들 사이에서 미국의 지위에 대한 공방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앨런 멜처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미국의 영향력은 수년간 심각하게 위태로워져 왔다"며 한탄했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 올바르게 할 수 없는데 누구를 이끌어갈 수 있겠느냐"면서 "미국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가 및 문명의 흥망성쇠를 말할 땐 단순히 경제문제 혹은 정치시스템의 무기력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프트파워' 이론으로 유명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우리는 이미 과거에도 몇번 이 같은 일회성 유행을 겪었다"면서 1950년대 구 소련이 스푸트니크 위성을 개발했을 때와 1980년대 일본의 고도 성장기, 최근 중국의 성장을 예로 들었다. 이때마다 미국이 다소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결국 미국은 건재해왔다는 것이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쇠퇴에 대한 황급한 결론에 반대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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