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100일] 너도나도 수입산 먹거리만 찾고 공무원은 절전 위해 1~3시 낮잠

2011. 6. 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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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바꾼 생활방식여성들 "비상시에…" 바지·굽낮은 구두 선호

일본 도치기(栃木)현 출신 주부 A씨는 최근 도쿄(東京)에서 열린 도치기현 특산물 판촉 행사장에 들러 채소 등을 구입했지만 결국 쓰레기통에 버리고 말았다. 고향 주민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한 채소지만 방사능 걱정 때문에 차마 먹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도쿄 주오(中央)구 가치도키의 30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여진이 올 때마다 거센 파도에 흔들리는 배를 탄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진이 나기 전에는 바다와 야경을 조망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손사레를 쳤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9일로 100일이 됐다. 안전에서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온 일본이지만 규모 9.0의 지진, 초대형 쓰나미,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사고가 겹치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이런 경험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총량은 77조테라베크렐(Bq).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수백년이 걸릴 지 모른다. 다케다 쿠니히코(武田邦彦) 주부(中部)대 교수는 "싫든 좋든 방사능 물질과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며 "방사능 피폭을 최소화하며 사는 것이 숙제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방사선량이 많이 검출된 지역은 사람의 발길도 크게 줄었다. 도쿄의 명소 황거(皇居·일왕 거주지)는 대지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주변 지역보다 방사선량이 많이 나왔기 때문인데 이는 방사능 오염이 원전과의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피폭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를 지켜내려는 움직임도 치열하다. 주부들은 장을 볼 때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수입산 고기를 꺼리던 일본인이지만 요즘은 국내산보다 수입산을 선호한다. 채소는 후쿠시마와 먼 지역 것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요코하마(横浜)시는 초등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방사선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전력난을 이기기 위한 노력도 다양하다. 원전 중단에 따른 전력난을 들어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근무하는 공무원이 등장했다. 기후(岐阜)현은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며 공무원들이 오후 1~3시 집에 가서 낮잠을 자도록 하는 시에스타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도쿄 메트로는 전력 소비가 피크를 이루는 오후 1~3시 에어컨 강도를 대폭 낮춰 운행키로 했다.

여성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뜻에서 치마와 굽 높은 구두보다 바지와 플랫구두를 더 찾는다. 한 직장인은 "비상시 가능한 한 빨리 피신하기 위해 한 달치 비상 식량과 옷가지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현관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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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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