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퇴진하자 등 돌린 친정부 언론들

권훈 2011. 2. 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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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AFP.AP=연합뉴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에 굴복해 사임하자마자 수십 년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이집트와 아랍권 언론이 일제히 얼굴을 바꿨다.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를 '소수 불평꾼들의 소요'로 깎아내리던 친정부 언론 매체의 논조가 하룻밤 사이에 달라진 것이다.

무바라크 퇴진이 발표된 다음 날 무바라크를 옹호하던 대표적인 친정부 언론인 관영신문 알-아흐람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민중이 정권을 몰아냈다"였다.

이 신문은 페이스북이 이끈 혁명이라면서 젊은이들의 참여를 이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찬양하기도 했다.

알-아흐람 기자들도 민주화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도하도록 지시한 편집국장의 사퇴와 사과 성명을 1면에 실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동안 이어진 민주화 시위를 외면하고 나일강 풍경만 화면으로 내보내던 국영 TV 방송은 수천명의 군중이 모여 무바라크 퇴진을 기뻐하는 대통령 관저 앞에 기자를 내보냈다.

이 기자는 마이크를 잡고 "지금 이 순간 국민들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영 TV 방송은 또 "위대한 혁명을 이뤄낸 이집트 국민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이집트 방송은 국민의 것이며 국민에게 봉사할 것"이라는 내용의 관영 중동통신사 성명도 보도했다..

관영 일간 알-곰후리아의 사설은 한 술 더 떴다. 알-곰호리아는 "독재 정권의 우두머리들은 이집트를 착취했다"고 무바라크를 비난했다.

이들 관영 언론은 시위가 한창일 때 시위대의 공격을 받을 만큼 민주화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기에 하룻밤 사이 변신이 더 놀랍다.

무바라크의 퇴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간에는 시위대가 국영 방송사를 둘러싼 채 "거짓말쟁이들이 여기 있다. 알-자지라는 어디 있느냐?"고 외치기도 했다.

재야 언론인 히샴 카삼은 "관영 언론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일 뿐이라고 변신을 폄하했다.

이집트 국내 언론뿐 아니라 중동 지역 국가 언론매체도 무바라크에 일제히 등을 돌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사 SPA는 무바라크가 물러나자 즉각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카타르 일간 신문 알-라야는 사설에 "이집트는 이제 새로 태어났다. 이집트 국민은 오랜 독재와 부패를 몰아냈다"고 썼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의 시각은 조금씩 달랐다.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시리아 관영 매체는 "이집트가 이제 아랍 세계를 이끌어나갈 지도력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1979년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후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을 고수한 무바라크 정권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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