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오종석] 1300년전 코리아타운 '고려영'

2009. 7. 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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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과거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고려영(高麗營)'이라는 마을이 있다. 26일 오전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북쪽으로 40여분쯤 달리자 고려영진(高麗營鎭)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중국어로 '가오리잉'이라 불리는 이 마을은 현재 행정구역 상 베이징시 순이구에 속해 있다. 마을로 진입하자 고려영 사진관, 고려영 음식점 등 고려영을 인용한 가게이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바로 1300여년 전 '코리아타운'이다.

하지만 역사적 자료가 미비해 이 마을이 생긴 근거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단재 신채호가 쓴 조선상고사에 따르면 고려영은 '고구려시대 연개소문의 군대가 머물렀던 곳으로 그 위치는 베이징 안정문(安定門) 밖 50리 지점에 있다'고 돼 있다. 연개소문이 당 태종을 격퇴하고 여세를 몰아 만리장성 너머 베이징까지 추격한 뒤 이곳에 주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는 '당나라 때 고구려인이 정착했던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바이두에는 2가지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고 쓰여 있다. 하나는 당시 조공을 바치러 온 고구려인들이 지냈던 곳, 또 하나는 당 태종이 고구려를 정복하고 고구려인을 이주시킨 곳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 해석은 서로 다르지만 이곳이 고구려인들이 살던 곳이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대형 온천단지와 공장, 농가가 어우러져 있는 이곳 마을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바이두에도 '현지인들은 현재의 한국과 조선(북한)에 대해 특수한 감정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와 고구려가 어떤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돼 있다.

촌 주임인 망젠중(34)은 "많은 사람들의 추측만 있을 뿐 명백한 역사적 자료는 없다"면서 "옛날에는 고구려인들의 생활과 관련된 유적도 많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대부분 유실됐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다는 리롄차이(61)는 "아무튼 고구려인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렸던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며 "마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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