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대 반정부시위..'100만인 행진'(종합2보)

김홍태 입력 2011. 2. 2. 03:34 수정 2011. 2. 2.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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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질서있는 이행' 착수..엘바라데이 '안전한 퇴진' 언급 주목

식량난에 생필품도 부족..민주화 물결 인접국으로 계속 확산

(카이로=연합뉴스) 김영묵 고웅석 특파원 = 100여만명의 이집트 국민이 1일 수도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전국 곳곳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8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특히 계속되는 시위로 수에즈 운하의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이집트의 산업활동 전면 중단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특사를 파견해 '질서있는 이행'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정부 세력 구심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8)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안전한 퇴진'을 허용해야 한다는 유화적인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생활필수품이 부족해진 가운데 특히 식량난으로 식품가격이 치솟는 등 서민들의 생활고도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요르단에서는 압둘라 국왕이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들어선지 2개월 남짓 된 새 내각을 해산하고 시리아에서도 야권이 대규모 주말 시위를 계획하는 등 민주화 물결이 중동 인접국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 백만인 행진..거대한 물결 = 이날 카이로 시내에는 아침 일찍부터 '백만인 행진'에 참석하려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이미 오전 8시께(현지시간) 카이로 중심가에만 시민 5천명 가량이 집결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통금을 무시하고 전날부터 타흐리르(해방)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무바라크 퇴출'이라는 구호가 쓰인 팻말과 무바라크 대통령이 올가미에 매인 모습을 그린 포스터 등을 들고 시위를 준비했다. 일부 시위대는 무바라크를 전(前) 대통령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은 보도했다. 시위대는 통금이 시작되는 오후 3시가 넘어서도 모여들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후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출발해 무바라크 대통령 집무실 등 시내 주요 지점을 향해 행진에 나섰으나, 주최 측은 군경과의 충돌을 우려해 대통령궁으로의 행진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 시내 주요 지점에는 군 병력과 장갑차가 배치되고 헬리콥터들이 중심가 주변을 선회했지만, 군은 전날 성명에서 발표한 대로 시위대에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집트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수십만명이 모여 '백만인 행진'에 동참했으며 행진하는 모습이 활기에 차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시위대는 남녀노소, 중산층과 저소득층, 농부, 실업자 등 각양각색이었으며 참가 인원에 대해 언론들은 수십만명에서부터 100만명 등 다소 시각차를 보였으나 사상 최대 규모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은 이날 백만인 행진을 마친 뒤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산업활동의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미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반정부 시위의 여파로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진해운 김영민 대표이사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 미국 특사 파견..엘바라데이, '무바라크의 안전 퇴진' 필요 = 미국은 프랭크 위즈너 전 이집트 주재대사를 특사로 공식 파견해 무바라크 대통령 접촉에 나서는 등 '질서있는 이행'을 위한 본격적인 관여에 들어갔다.

미 국무부는 자료를 통해 "위즈너 전 대사가 현재 카이로에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집트로 갈 것을 요청했다"며 특사 파견을 공식 확인하고 "이집트 지역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 분으로서 이집트의 관리들을 만나 판단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6-91년 5년간 대사를 역임하며 무바라크와도 친분이 있는 위즈너 전 대사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거취 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달할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바라크의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오는 10월 대선이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과도정부에 권력을 평화적으로 이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마거릿 스코비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는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을 면담한 것으로 전해져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에 대비한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이날 알-아라비아 TV와의 회견에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거듭 촉구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그가 기소당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며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시위대가 지금까지 요구해온 무바라크의 퇴진과 단죄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 생필품 품귀 현상에 식량난까지 = 시위가 8일째로 접어들면서 대형 점포들이 문을 열지 않아 생활필수품 품귀 현상과 함께 식량난이 빚어지고 있다.

대형 할인점인 까르푸는 시위 초기 약탈사건이 벌어진 이후 카이로 시내와 외곽 8곳의 점포를 모두 폐쇄했으며 슈퍼마켓들에서도 물건이 거의 동나면서 식품가격이 치솟고 있다고 시민들은 말했다.

새로 임명된 사미르 라드완 재무장관은 국영 TV에서 국영 은행들이 2일부터 연금생활자와 공무원이 연금과 월급을 수령할 수 있도록 현금지급기를 개방하되, 하루 인출금액을 1천파운드(19만원 상당)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요르단 내각해산, 시리아 주말 시위..들불처럼 번지는 시위사태 = 요르단 국왕은 국민의 요구에 따라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해산하고 장성 출신인 마루프 바키트 전 총리에게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압둘라 국왕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구성된 리파이 총리 정부를 해산한 것은 튀니지와 이집트 사태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요르단 국민은 연료와 식품가격이 급등한데다 정치개혁이나 실업대책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리파이 총리를 비난해왔다.

시리아 야당도 이번 주말 이집트 국민을 지지하고 야당 탄압과 정부 부패를 고발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시리아 민주이슬람운동'은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5일 다마스쿠스 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라면서 홈스시(市)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금까지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로 전국에서 300명이 사망하고 3천명이 부상했으며 수백명이 체포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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