阿 니제르, 우라늄 방사능에 죽어간다

2010. 4. 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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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등 유럽의 무분별한 광산개발로 환경오염·인명피해 심각

흔히 유럽국가들은 오늘날 환경과 인권에 세계 어느 곳보다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국영기업이 과거 자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40년간 우라늄 광산을 운영해온 현장을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2일 세계 최대 우라늄 광산을 가진 서아프리카 내륙국가 니제르가 유럽 기업에 의해 '죽음의 국가'로 변해버린 현장을 고발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니제르는 '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우라늄은 니제르'라고 할 정도로 우라늄 자원이 풍부했다. 1968년 프랑스 국영업체 아레바는 니제르의 우라늄 광산 개발권을 획득, 지금까지 10만톤의 우라늄을 캐내 유럽 각지에 원자력 에너지 연료로 공급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9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니제르에 남은 것은 사라진 숲,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과 공기, 죽어가는 일꾼들뿐이다. 광산 이익분배금도 니제르의 부패한 극소수 권력층에게 돌아간다. 니제르 아이들 4명 중 1명은 5세 전에 사망한다.

지난해 11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광산이 있는 아코칸 지역의 모래에서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일반 모래보다 100배 높은 방사능이 검출됐다. 아코칸의 거리에서는 방사능이 500배 많이 검출됐다. 또 다른 광산지역인 아를리트에는 광산 폐기물 3,500만톤이 언덕을 이루고 있는데, 이 폐기물의 85%가 방사능을 함유하고 있다. 이 방사능은 수천년간 사라지지 않는다. 우라늄을 물과 산(酸)으로 섞어 정제하는 과정에서 니제르의 수자원이 쓰여 물도 오염됐다.

니제르인 중 '방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지역 운동가인 알모스타파 알라셍씨는 "1986년 체르노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아레바는 1980년대 중반에야 광산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지급했다.

수많은 광산 노동자들이 무섭게 마른 채 원인 모를 병으로 죽어가지만, 아레바가 운영하는 현지병원에서는 병명을 에이즈나 말라리아라고 진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침이 있었다"는 병원 관계자의 폭로도 나왔다. 아레바 병원에서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가, 다른 큰 병원에서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도 있다.

아레바측은 "현지인의 하루 방사능 노출 정도는 X-레이를 한번 찍는 것 정도다"고 반박했다.또 향후 5년간 매년 니제르에 810만달러(약 90억원)의 개발자금을 지원한다며, "우리는 여기에 직업과 세금을 주고 있다"고 자선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알라셍씨는 이 말에 분개하며, "이건 우리의 우라늄이다, 그들의 자선은 오염뿐이다, 그들(유럽)의 에너지를 위해 우리의 물과 나무를 없애버렸고 여기는 생명이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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