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는 어떻게 '새똥 산업'의 강자가 되었나
페루 북부 연안의 섬에서는 새똥을 채취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구아노 가마우지의 배설물이 수백미터 높이로 쌓여 형성된 새똥 퇴적층 구아노(Guano)를 채취하기 위해 이 섬에서는 30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섬에서 채취된 구아노는 천연비료로서 페루의 산과 밀림에서 유기농 재배를 하는 농부들에게 전달된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페루에서는 연간 3만에 달하는 구아노가 생산된다. 페루 연안에는 모두 24개의 구아노 채취장이 있으며 자연이 생산한 유기농 비료인 구아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이다.
페루에서 구아노를 채취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다. 1840년대 구아노의 경제적 가치가 규명되면서 구아노 채취는 페루의 경제를 부흥시켰다. 페루는 이 천연비료를 유럽과 미국 등에 수출했다. 그러나 구아노는 페루에게 행운만 안겨준 것은 아니다. 1852년 미국은 페루가 구아노의 가격을 올리자 로보스 섬을 침공했고, 1865년 스페인이 친차 섬을 점령한 것도 구아노 때문이었다.
전쟁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19세기 이후 구아노의 수출은 페루 국가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구아노 산업을 키운 것은 새벽부터 시작되는 노동자들의 수고와 유기농업의 확대 덕분이다. 청소년들과 노인들은 해가 뜨기 전인 새벽 4시 30분부터 등에 구아노를 짊어지고 운반한다. 이들이 하루 아침에 나르는 구아노 포대는 120개에 달한다. 매일 100톤의 구아노가 페루의 섬들에서 배에 선적되고 있다.
페루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구아노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페루는 올해 2만3000톤 이상을 더 채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루 당국은 이 산업이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페루는 구아노를 미국과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구아노 산업에 있어 페루의 과제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만, 과학자들은 구아노 가마우지 수가 물고기 남획으로 인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페루 연안에 서식하는 새들의 수는 지난 4년 동안 320만 마리에서 500만 마리로 회복됐다. 그러나 구아노산업이 최고조였던 때 6000만 마리였던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숫자이다.
페루 해안의 엘 니뇨도 역시 구아노산업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구아노산업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는 환경 보호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기범기자>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일본 목욕탕서 700장 이상 불법도촬한 외교관···조사 없이 ‘무사귀국’
- 서울 다세대주택서 20대 남성과 실종 신고된 10대 여성 숨진 채 발견돼
- ‘47kg’ 박나래, 40년 만에 ‘이것’ 착용 “내가 나 같지 않아” (나혼산)
- 尹, 9일 기자회견 유력…대통령실 “할 수 있는 답 다하겠다는 생각”
- 인감증명서 도입 110년 만에…9월30일부터 일부 온라인 발급 가능해져
- “하이브·민희진 분쟁은 멀티레이블 성장통” “K팝의 문제들 공론화”
- ‘유시민 누나’ 유시춘 EBS 이사장 사무실 압수수색
- 김신영 날린 ‘전국노래자랑’ 한달 성적은…남희석의 마이크가 무겁다
- 국가주석에 국회의장까지 권력 빅4 중 2명 숙청···격랑의 베트남 정치
- 수능 6등급도 교대 합격···상위권 문과생들 “교사 안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