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영향력' 미 투표장서 퇴장중

2008. 10. 2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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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시 재선 때 최고…최근 정치개입 반성 일어

매케인 기독교 우파에게 적자로 인정 못받아

[미국대선 심층해부] / ④ 종교

2008 미국 대선 집중분석 네번째 차례로, 종교 문제를 손병권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함께 짚어봤다.

미국의 뿌리는 청교도

종교와 미국적 가치를 분리하기는 어렵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청교도들은 기독교 문명이 미국의 진정한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근대에 효율성과 실용성, 과학성을 중시하면서 종교가 사회·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하지만 기독교 우파들은 백인 중심주의와 결부해 소수이지만 계속 존재했고, 시대에 따라 세력을 드러냈다. 성경의 말씀에 목숨을 던지는 열혈파 개신교도들은 낙태나 동성애 등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가톨릭 신자였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대선에서 '교황의 허수아비 정부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유권자 사이에 퍼지자, 가톨릭 교구에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했다.

복음주의가 공화당 장악

복음주의는 성경의 가르침을 문자 그대로 따르자는 기독교 근본주의 정도는 아니지만, 성경의 가르침과 거듭남을 강조한다. 1960년대 다문화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미국의 기독교 문명이 도전받고 '가치' 논란이 벌어졌다. 1964년 민권법, 1965년 투표권리법 등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결하면서 기독교 우파들이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 인구의 약 26%인 복음주의자들의 정치 참여로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던 미국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1988년 복음주의 목사였던 팻 로버트슨이 동성애가 기독교적 정신을 좀먹는다며 대선에 출마하는 등 복음주의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로버트슨 목사가 중도 사퇴하면서 복음주의 한계가 드러나고 침체기에 들어갔다. 1994년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뒤 군대의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허용하자, 보수적인 남부 백인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으로 이탈하면서 그해 의회선거에서 공화당이 남부에서 압승했다. 당시 복음주의 목사 랠프 리드가 기독교 연맹을 활성화하면서 기독교 가치를 지키자고 주장해 성공했다. 이때부터 기독교 우파들이 공화당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4년 대선에서 정점

2004년 대선 시기에 복음주의의 영향력은 정점에 이르렀다. 당시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가 전체 유권자의 23%였는데, 그중 78%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다. 2004년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면서 기독교 우파들이 기독교 문명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격분했다. 부시 대통령은 재선되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헌법 개정을 하겠다며 신앙심을 자극해 보수를 확실히 붙잡았다. 결국 기독교 우파들이 접전지역 투표장에 몰려 나와 부시를 재선시키고, 11개 주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취지의 헌법 개정을 막았다.

2008년 대선, 움츠린 복음주의

교회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찬성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위기 영향도 있지만, 지난 4년 동안 복음주의 개신교 영향력이 축소됐다. 1994년 이래 종교가 지나치게 정치에 개입한 데 대한 반성일 수도 있고, 정점이 지났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나 부시 대통령처럼 일체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복음주의 신뢰 못 얻는 매케인

복음주의자들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을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보다는 더 지지하지만, 부시 대통령 때처럼 열렬하지 않다. 복음주의 개신교도를 중심으로 한 우파는 매케인을 의심한다. 매케인은 200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제리 폴웰 같은 보수적 목사들이 비관용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매케인이 만들어 2002년 발효된 선거자금법 때문에 정치적 목소리가 제한된 데 불만도 크다.

매케인은 공화당 내 이념적 보수, 기독교 우파에게 적자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기독교 우파는 매케인과 일체감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지지하다 보니 뜨거움이 없다. 2000년 매케인이 부시와 공화당 경선에서 겨뤘을 때, 조지아주에서 기독교 우파의 80%가 부시를 찍었다. 자녀가 다운증후군인 줄 알고도 낳는 등 낙태를 절대 반대하고, 종교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인 세라 페일린을 매케인이 부통령 후보로 내세운 것도 보수의 이반을 막기 위한 측면이 크다.

변화

복음주의자 가운데 고학력자, 젊은 인터넷 세대 등은 확실히 오바마에 끌리는 면이 있다. 젊은 복음주의 신도 가운데 동성애와 줄기세포 연구 등에 대한 반대가 줄었다. 오바마도 젊은 복음주의자들과 접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학교 예배, 낙태, 동성결혼 등을 놓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중남미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백인 중심의 기독교 문명이 도전받고 있다. 복음주의 영향을 받은 부시는 기독교적 세계관이 강해,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를 했다. 오바마는 이분법적 세계관에 기반한 부시와 같은 분열적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정리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미국 대선 심층해부 시리즈는 다음 전문가들과 함께 합니다.

김윤재 한국외대 겸임교수·미국 변호사

손병권 중앙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진민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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