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호프집서 '한국인'들이 쫓겨났다 왜?

양영권 기자 2010. 2. 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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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영권기자][[당당 똑똑 코리아 < 2부 > ]⑤고쳐야 할 한국인의 '폭음문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한복판에 있는 호프집. 단체로 술을 마시던 한국인들이 쫓겨났다. 쫓겨난 이들은 한국의 알만한 정부 기관에 소속된 30∼40대의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일본 극우단체의 외국인 혐오증이라도 발동했던 것일까.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그날 한국의 A 기관 직원 20여 명은 일본 측 파트너 기관 관계자들과 도쿄에서 공동연수를 가졌다. 체육행사를 마친 두 나라 참석자들은 뒷 풀이를 위해 주점을 통째로 빌렸다.

술자리 시작은 맥주를 한잔씩 놓고 마시는 것. 분위기가 점차 달아오르자 한국 측 참석자들이 일본 청주 '사케'를 주문했다. 그리고 앞서 마시던 맥주와 섞어 '사케 폭탄'을 돌리기 시작했다.

폭탄주를 처음 경험한 일본인들도 있었다. 일본 측 참석자 일부는 이 같은 '한국 스타일'에 맞추려 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상당수 자리를 떴다. 그러나 분위기는 더욱 고조돼 맥주 100여병과 사케 20여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그 주점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술을 주문한 손님들이었다고 한다.

1차를 끝낸 이들은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1차 술자리 때의 시끄러운 분위기는 2차에서도 유지됐다. 문제는 '전세'를 냈던 1차 주점과 달리 2차에는 주변 테이블에도 손님이 있었다는 것. 결국 소란을 자제해 달라는 종업원의 수차례 당부를 무시한 끝에 한국 신사들은 호프집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A기관의 한 직원은 "한국에서는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의 술자리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외국인들에게는 '어글리 코리안'으로 비쳤을 것"이라며 "우리의 회식 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 음주에 너그러운 한국

= 한국은 음주 후 언행에 대해 너그러운 편이다. 지난해 흉악한 범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두순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형을 감경 받았을 정도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1960년∼70년대 고도성장을 이루며 이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여가 부족 등으로 폭음 문화가 사회에 확산됐다. 특히 1980~90년대 민주화와 IMF 경제위기 속에서 술은 서민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촉매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음주문화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건강 악화와 생산성 손실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2004년 기준으로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조990억 원. 국내총생산(GDP)의 2.9%에 달한다.

무엇보다 술은 범죄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2008년 기준으로 공무집행사범 가운데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사례는 전체 1만5646건 중 1만810건으로 70%에 가깝다.

◇범죄와 직결되는 음주

=이달 1일에만 해도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공소장 또는 이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40여 개 가운데 음주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범죄는 4 건으로 10개중 1개꼴이었다.

그중 최모씨(43)는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말해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두르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안모씨(43)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 라이터로 천막에 불을 붙이고 이를 말리는 옆자리 손님을 폭행한 혐의(현주건조물 방화 등)로 구속됐다.

소위 '사회 지도층'이 음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국회의원이 피감기관과 폭탄주 술자리를 가진 후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거나 음주 회식 후 성추행을 했다는 얘기는 단골 뉴스에 속한다.

작년만 해도 경기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만취 상태에서 예산 심의장에서 동료 의원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는 등 추태를 부렸다. 공중파 라디오 방송의 아나운서가 음주 상태에서 뉴스를 진행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기업, 음주관련 규정 제정해야

= 17대 국회 때는 국회의원들이 모여 '폭탄주 소탕클럽'(약칭 폭소클럽)까지 만들어 음주 문화를 바로잡으려 노력했지만 사회 전반에 미친 효과는 미미했다.

주류 출고량은 2005년 309만4000킬로리터에서 2008년 339만7000킬로리터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4명 중 1명이 주 1회 이상 폭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음주에 따른 이 같은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술을 바르게 마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기훈 음주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기업들과 정부기관이 앞장서 음주에 관한 사내규정을 제정하고 '책임 있는 음주'를 위한 교육과 홍보사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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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기자 inde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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