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美재무부에서는 어떤 일이

입력 2008. 10. 15. 16:40 수정 2008. 10.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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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 미국 정부가 2천500억달러를 투입해 은행 우선주를 사들이겠다는 고강도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3일 오후 미국 재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뉴욕타임스(NYT)는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주요 9개 은행 대표들을 불러모은 뒤 말 그대로 '최후통첩'을 제시했으며, 그 결과 정부의 은행 자본재조정 정책이 모양을 갖출 수 있었다고 15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NYT가 주요 은행 소식통들의 말을 통해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폴슨 재무장관은 12일 오후부터 은행 대표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 13일 재무부로 와 달라고 요구했다.

폴슨 장관의 '초대'를 받은 은행 대표들은 정부의 새로운 구제 대책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시장 안정 지침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요구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3일 오후 3시에 재무부의 한 회의실에 모인 은행 대표들에게는 각각 1장씩의 서류가 주어졌고, 그 서류는 바로 다음날 발표된 은행업계 지원책에 따라 공적자금을 지원받겠다는 확인서였다.

어리둥절해하는 은행 대표들에게 골드만삭스 출신인 폴슨 장관은 각자 받은 서류에 서명하지 않으면 회의실을 나갈 수 없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이에 가장 크게 반발한 사람은 리처드 코바체비치 웰스파고 회장이었고,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회장 역시 거부감을 보였다.

코바체비치 회장은 자신의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문에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었고 따라서 피해가 미미한 수준임을 내세웠고, 루이스 회장은 막 100억달러를 자력으로 조달했다는 사실을 앞세워 정부 자금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같은 이들은 정부의 제안이 매력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고, 어렵사리 일본 자본을 유치한 모건스탠리의 존 맥 CEO는 말을 아꼈다.

와코비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퇴직 보너스로만 4천300만달러를 챙길 수 있는 웰스파고의 코바체비치 회장은 공적자금을 지원받게 되면 최고경영자 보수에 제한을 받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민감한 관심을 보였지만, BoA의 루이스 회장이 경영진 보수 문제 때문에 이 논의가 가로막힌다면 "우리는 모두 미쳤다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후 은행 대표들은 정부 개입으로 경영권에 제약이 가해질지, 정부의 우선주 매입이 기존 주주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는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잇따라 나서며 이번 금융위기를 막지 못하면 아무리 튼튼한 은행이라도 악화된 상황에 직면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은행 대표들에게 집중적으로 납득시켰다.

결국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CEO가 공적자금을 받으면 더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루이스 회장도 BoA의 영업 전망이 미국 경제와 직결돼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하면서 회의는 폴슨 장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회의 막바지에 은행 대표들은 자사 이사진들과의 통화를 위해 재무부 건물 밖으로 나서거나 자신의 리무진 승용차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결국 13일 오후 6시30분 이전에 9명의 은행 대표들은 모두 각자의 서류에 서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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