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대홍수, 세계 식량위기 부르나

2011. 10. 2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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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 쌀 수출대국 경작지 침수
유엔 "가격폭등 올 수도"

[동아일보]

태국뿐만이 아니다.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유례없는 홍수로 신음하고 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에 따르면 19일 현재 태국 315명, 캄보디아 247명, 라오스 30명, 베트남 55명, 필리핀 98명 등 동남아 5개국에서 홍수로 745명이 사망했고 83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나흘 전 통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23일까지 사망자와 이재민 수는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태국의 홍수 사망자는 23일 현재 356명으로 늘었다.

태국 수도 방콕은 21일 수도 사수를 포기하고 시를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의 북쪽 수문을 열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캄보디아에서도 북부에 내린 물폭탄이 반도의 남쪽으로 흘러내리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10년간 최악의 재해"라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동남아 5개국의 홍수 피해는 세계 제조업과 농업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엔은 20일 "계속되는 동남아 홍수가 인도적 대위기(humanitarian crisis)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의 제조업 허브'로 부상한 이들 지역의 대규모 공단이 대거 물에 잠겨 산업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공장이 몰려 있어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방콕의 나바나콘 공업단지는 침수돼 공장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또 베트남과 필리핀에 진출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홍수 피해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쌀 생산의 보고인 동남아 지역 농경지도 물에 잠겨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은 전체 농경지의 12.5%가 침수됐고 캄보디아(12%), 라오스(7.5%), 필리핀(6%), 베트남(0.4%)에서도 농경지가 대거 물에 잠겼다. 태국은 전 세계 쌀 무역량의 31%를 차지하는 쌀 수출 1위국이고 베트남은 2위국이다. 유엔은 "주요 쌀 수출국의 농경지 침수로 식량 가격이 이미 상승하고 있다"며 "동남아 대홍수로 쌀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남아 지역에는 최근 수년간 홍수와 이상추위, 가뭄 등 자연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국제 기상학계에서는 이번 동남아 대홍수의 주범으로 올해 반세기 만에 가장 강력해진 라니냐 현상을 꼽고 있다. 라니냐 현상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경우를 말하는데 올해는 해수면 온도가 1.5도나 낮다. 지구 전체의 온도를 낮춘다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그 대신 동남아, 중남미 등의 일부 국가에 홍수와 같은 엄청난 자연재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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