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심장' 美청년들 왜 들고일어났나

최현미기자 2011. 10. 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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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시위 3주째 밤샘농성.. SNS통해 급격히 세력불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불평등과 대형 금융회사의 탐욕에 항의하는 분노한 미국인들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17일 청년 수십명이 맨해튼 남부 월스트리트 인근 주코티 공원에서 "매일 아침 방세와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 해달라"며 벌인 소규모 시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격히 세력을 불리며 청년뿐 아니라 중년의 노동자 등을 끌어당겼다. 이어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고, 캐나다와 호주 등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언론들은 이번 시위를 미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진보적 시위라는 점에서 1999년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와, SNS를 통해 확대됐다는 점에서 '아랍의 봄 시위'와 비교하고 엘리트에 대한 반발이라는 점에서 진보주의판 '티파티'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또 좌절된 세대의 분노와 좌절의 폭발이라는 점에서 지난 8월 발생한 영국 폭동과 유사하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좌절과 탐욕에 대한 분노 = 뉴욕 주코티공원을 중심으로 수천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시위의 핵심은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구호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시위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은 경제 위기 속 빈부 격차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에 따른 좌절감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상위 계층 0.1%가 벌어들이는 개인 소득이 전체 국민 소득의 10%를 넘어서는 등 빈부 격차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수준이며, 미국 청년 실업률은 20%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의 타락과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또 다른 이유로 가세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시위는 "옛 소련 붕괴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와 유권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에 대한 근본적 각성"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타임'지는 3일 이번 시위를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단체인 '티파티'와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념적 지향은 정반대지만 티파티가 정치·경제 엘리트들에 대한 불만, 실업에 대한 우려, 경제의 뚜렷한 방향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 리더와 요구가 부재한 비폭력 시위 = 한편 이번 시위는 일정한 리더가 없다. 시위대들은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여 매일 총회를 열고, 인터넷 홈페이지(www.occupywallst.org)를 운영하며 '아큐파이드 월스트리트저널(Occupied Wall Street Journal)'을 발행하고 있다. 매일 열리는 총회는 특정 리더 없이 진행되고 있다. '좌절, 절망, 분노'라는 감정을 공유하지만 구체적 요구 조건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한편에서는 다양한 시위대들이 모여 다양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이를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코넬 웨스트 프린스턴대 교수는 "자본주의의 탐욕에 대한 분노를 한두 가지 요구 조건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며 "민주적 의식, 정치적 의식이 깨어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3일 논평했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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