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공포'에 거리로 나선 일본 엄마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2011. 6. 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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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이고 어디서 놀게 해야 할지 불안"

지난 3일 일본 도쿄의 정부 중앙부처가 몰려 있는 가스미가세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이 후생노동성과 문부과학성 등을 돌며 일본 정부의 아동 방사선 대책 강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전달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어린이 보호대책이 안이하다는 불안감이 엄마들을 거리에 나서게 한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어머니 전국네트워크'가 주최한 시위에 참여했던 하세가와 요코(32·가명)와 무라카미 후미에(32)는 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에게 뭘 먹이고, 어디서 놀게 해야 할지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하세가와는 남편 및 네 살난 딸과 함께 지난달 중순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에서 도쿄로 피난을 와 있다.

"지진과 원전사고 이후 2개월이 넘어서면서 '결국 초기에 떠나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막막했고, '정말 그렇게 위험할까' 싶었는데 '안전하다'던 신문·방송들이 뒤늦게 위험하다고 하니 무엇보다 아이가 걱정돼 견딜 수 없더군요."

도쿄에 거주하는 주부 무라카미 후미에(왼쪽)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아이를 데리고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에서 도쿄의 친척집으로 피난 온 하세가와 요코(가명)가 7일 도쿄 지요다구 경향신문 도쿄지국에서 지진 이후의 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서의동 특파원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50㎞ 남짓 떨어진 고리야마시에는 부모님과 친척들이 살고 있고, 살던 집도 그대로 남아 있다. 처음에는 도쿄의 피난소를 전전하다 어느 독지가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무료로 얻어 쓰고 있다. 하세가와는 후쿠시마에 남은 이들 생각에 늘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고리야마에서는 아무리 더워도 창문을 열지 않고 에어컨도 켜지 않고 지낸다고 하더군요. 학교만이라도 내부공기 순환방식의 에어컨을 설치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괴로워 여름을 견디기 힘들 겁니다."

무라카미는 도쿄에서도 방사선량이 높은 아다치구에서 6살, 3살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최근 마을 주변에 대한 측정 결과 방사선량이 국제 기준치인 연간 1밀리시버트(mSv)가 넘고, 집 부근 하천부지 풀밭은 시간당 0.3~0.4마이크로시버트(μSv)로 연간 3.5mSv에 달한다고 한다. "원전사고 직후 한 달가량은 아이들을 밖에서 못 놀게 하고 되도록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흙장난을 워낙 좋아하는데 지표면의 방사선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걱정이에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내부피폭'이다. "정부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모유에서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 내부피폭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아닌가요." 자연 일상생활에서 먹는 문제가 가장 신경쓰인다. 두 사람 모두 음식 만들 때 수돗물은 쓰지 않고 쌀을 씻을 때도 생수를 쓴다. 생선도 거의 먹지 않는다. 원산지 표시가 돼 있더라도 후쿠시마 앞바다를 거쳐왔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우선 20mSv로 설정한 아동 방사선량 기준치를 국제기준(1mSv)으로 낮추고 아이들 활동공간에서 방사능을 최대한 줄이는 일에 나서주길 희망한다. "교정의 객토나 건물 물청소 등도 학교의 자체 판단에 맡겨놓는 실정이에요. 정부가 통일된 기준을 세워놓고 확실하게 지시하고, 필요할 때 제대로 피난지시를 내리면 좋겠어요."(하세가와)

하세가와는 지진 직후 어떤 의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본 뒤 아이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증거보전' 차원에서 보관해놓고 있다. 방사선량 측정기도 비싸지만 구입할 계획이다. 여름방학에는 아이들을 오키나와 등지로 피난시킬 생각이다. "돌이켜보면 일본 정부는 "이 정도면 괜찮다"는 말만 했지, 피폭대책은 거의 내놓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발생할 문제에도 책임지지 않을려고 할 겁니다. 결국은 우리 같은 엄마들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도쿄 | 서의동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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