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 농락한 희대의 영국 사기꾼

이성한 입력 2011. 4. 19. 00:28 수정 2011. 4. 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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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팀 전 감독 에릭손도 넘어가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낸 스벤 예란 에릭손(63)과 북한 정권까지 끌어들인 희대의 사기사건이 발각돼 영국 중대범죄청이 수사에 착수했다.

스웨덴 출신인 에릭손은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8강에 진출시켰고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감독과 멕시코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명장이다.

멕시코 대표팀 감독에서 2009년 4월 물러난 그는 잉글랜드 4부 리그 팀인 노츠 카운티에 수백만 파운드의 투자 자금이 들어온다는 러셀 킹이라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 그해 7월 노츠 카운티 이사를 맡았다.

노츠 카운티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 창단 멤버로 오랜 전통을 가진 팀이지만 재정난으로 인해 1992년 이후 1부 리그 근처에 얼씬도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18일 BBC 1 TV 파노라마에 출연해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리그 2에 속하는 팀을 바닥부터 다져 프리미어 리그에 복귀시킨다는 계획은 너무도 환상적이었다"면서 "그러한 킹의 말을 믿고 서명했는데 큰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킹은 에릭손과 미심쩍어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북한 정권까지 사기에 끌어들였다.

그는 2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지닌 스위스의 회사가 북한의 금, 석탄, 철 등 광산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갖고 있다고 내세웠다.

킹은 에릭손에게 "북한의 광산 개발권을 팔아 축구클럽 운영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데 평양을 방문하는 대표단에 합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있던 때에 북한이 에릭손에게 감독이나 기술고문 직을 제안했다는 영국 언론의 보도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에릭손은 실제 2009년 10월 22일 킹이 이끄는 대표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고 대표단이 북한에 `주식'이라는 것을 건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이들을 만수대 의사당에서 접견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킹은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 때 찍은 사진을 이용했다.

또 단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바레인 왕실의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면서 전 영국군 정보당국 책임자가 자문을 맡고 있는 `퍼스트 런던'이라는 투자은행의 지분 49%를 확보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 투자은행은 결국 자금난을 겪다가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노츠 카운티도 결국 700만 파운드의 빚만 남게 됐고 뒤늦게 사기당한 것을 깨달은 에릭슨은 지난해 4월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 10월 2부 리그 레스터시티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BBC는 "북한의 금광 등의 독점 개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에 정치인과 금융계가 모두 속아 넘어갔고 에릭손 감독은 직접 북한까지 방문했다"면서 "1991년 보험사기를 저질렀던 전력이 있는 희대의 사기꾼이 영국 유명인사들과 북한 정권을 농락한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ofcour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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