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1000조엔 시대 .. "일본은 폭발 기다리는 시한폭탄"

조민근.하현옥 2011. 1. 2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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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민근.하현옥]

올 게 왔다. 그간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일본의 과도한 나랏빚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왔다. 하지만 2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 P)가 경고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자 엔화 값이 급락세를 타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술렁였다. 그나마 피치와 무디스가 즉각 일본의 등급 유지 방침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의 추가 요동은 막았다.

 S & P의 지적대로 일본의 재정 상황은 악화 일로다. 일본 재무성은 26일 국채와 차입금, 정부 단기증권을 합한 국가부채가 2011 회계연도 말까지 997조7098억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부채 1000조 엔(약 1경3607조원)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올해 20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재정 위기에 몰려 구제금융까지 받은 그리스(136.8%), 아일랜드(112.8%)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경제 체력마저 크게 떨어져 있어 빚을 줄일 형편도 안 된다. 올해 일본의 예산은 사상 최대인 92조4116억 엔으로 잡혔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수는 40조9000억 엔에 그칠 전망이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도 사상 최대였던 2010년도와 같은 44조3000억 엔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기로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부터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1947∼49년 출생자) 700만 명이 본격적으로 연금을 받게 된다. 적자가 늘 일만 남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일본이 당장 큰 곤경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럽 재정 위기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일본 국채의 대부분(95.4%)은 국내 투자자들이 들고 있다. 국채 값이 급락할 위험도 그만큼 작다.

 문제는 재정 적자가 일본만의 걱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 하락이 유럽 변방에서 시작된 재정 위기의 불길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옮겨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이례적으로 미국을 향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뉴욕 타임스도 "선진국의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일본은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일본과 대만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국내 정치권의 복지 논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도한 복지 확대는 재정부담을 가중시켜 신용등급 평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빚더미에 앉은 건 장기 불황의 여파지만, 자민당의 재정 관리 실패에다 지지난해 집권한 민주당 정권의 '퍼주기 복지'까지 가세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잠시 출렁이던 국제 금융시장은 곧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유럽 증시가 안정세를 보였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하현옥 기자 < jmingjoongang.co.kr >

▶조민근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j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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