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전쟁] "그리스 빨리 디폴트(채무 불이행 선언) 시켜라" 경제 전문가들 아우성

방현철 기자 입력 2011. 9. 24. 03:02 수정 2011. 9. 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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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를 살리려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시켜야 한다."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는 지난 19일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루비니 교수는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해 국가 부채를 갚을 부담을 줄이고, 유로 이전 통화인 드라크마로 돌아가 통화 가치를 하락(환율 상승)시키면 경쟁력을 회복해 성장의 길로 들어설 것이란 논리를 폈다.

최근 글로벌 경제 불안의 진앙(震央)인 그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그리스를 디폴트시키라"는 주장이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결국 그리스 디폴트는 시간문제인데, 미룰수록 비용만 커진다는 것이다. 실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5월 1차 구제금융으로 그리스에 650억유로를 제공했지만 늘어나는 국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올해 7월 1차의 1.7배에 달하는 109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주기로 결정했다.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만 키워

그리스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사실상 그리스가 부도 상태에 있다는 데 그 근거를 둔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그리스의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부도날 것에 대비한 보험) 가격을 보면 투자자들은 그리스의 부도 확률이 90% 이상이라는 데 돈을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은 10~11월 중에 그리스가 100억유로 이상의 단기 국채를 상환해야 하는데, 2차 구제금융 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1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 후 위기 극복 과정에 참여했던 마리오 블레저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그리스의 부채는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당장 디폴트를 선언해야 그리스는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국가 부채는 353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르고, 2001년 아르헨티나의 5배에 이른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채널아일랜드 석좌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그리스 디폴트는 시간문제"라며 "그리스 사태를 계속 끌면 스페인·이탈리아로 문제가 확산돼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이 깨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석학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 6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히 유럽의 경제 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채무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결국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3일 그리스 은행 8곳의 신용 등급을 각각 두단계씩 낮췄다.

◆'제2의 리먼 사태' 가능성 우려에 쉬운 결정 못 해

그러나 유럽 지도자들은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이 '제2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불러오지 않을지를 우려하면서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당장 그리스 은행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리스 최대 은행인 그리스 국립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는 1370억유로로 자본금의 3배에 달한다. 은행이 망하기 전에 돈을 찾으려 예금자가 은행으로 몰리는 '뱅크런'이 그리스에서 발생한다면 그 소식에 자극을 받은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재정 불량국에서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부를 수 있다. 또 그리스 국채를 많이 보유한 유럽계 은행의 손실이 현실화되면서 주가는 폭락하고 서로 금융 거래를 꺼리면서 돈 가뭄이 심해질 수 있다. 노무라증권은 그리스 디폴트 선언으로 유럽계 은행이 630억유로 이상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의 수요가 줄면서 세계경제도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디폴트 나면 유럽은 물론 미국과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22일 미국 워싱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설에서 "그리스가 방치돼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떠날 경우 그리스는 물론 EU 전체와 국제사회에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디폴트(default)

부채 상환 기한이 됐는데도, 이자 지불이나 원금 상환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모라토리엄(moratorium·채무 유예)이 있는데, 이는 빚을 갚을 때가 됐지만 빚이 너무 많아 일시적으로 상환을 연기하는 것이다. 디폴트가 모라토리엄보다 빚을 갚기 더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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