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 동남아시아 '정국 불안 도미노'

2014. 1. 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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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의 리스크 평가로 유명한 영국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지난해 말 방글라데시의 총선과 태국의 정정불안을 올해 동남아시아를 지배할 이슈로 꼽으며 극단적 분열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주변국인 인도네시아(4월)와 인도(5월) 총선, 미얀마와 필리핀의 소수민족 독립투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참이다.

방글라데시 총선은 유혈사태 속에 여당의 '반쪽승리'로 끝났고, 태국에서는 오는 13일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캄보디아 유혈사태는 예상치 못한 동남아 정세의 돌발변수로 부상 중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집회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방글라데시와 태국, 닮은꼴 정정불안=방글라데시는 지난 5일 새해 들어 5년 만에 첫 총선을 치렀고, 태국은 다음 달 2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국 가운데 일찌감치 치러지는 총선이라 이목이 쏠렸지만 과거에도 그랬듯 유혈사태로 얼룩지고 있다. 외신은 이들 국가에 대해 집권 여당에 대한 야권의 뿌리 깊은 불신과 선거 불복, 정부의 야권 탄압이 수십년째 되풀이되며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방글라데시 총선은 집권당인 아와미리그(AL)가 전체 의석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총 300개 선거구 가운데 232석을 AL이 싹쓸이했고 나머지 의석도 AL의 연립정당인 자티야당(JP)과 방글라데시노동당(WP) 등이 차지했다. 야당의 불참 속에 투표율은 2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5년 전에는 87%였다. 방글라데시국민당(BNP) 등 야당 연합은 선거 백지화를 요구하며 48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전날 선거 당일엔 야권의 투표 보이콧을 진압하는 경찰의 총격으로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다쳤다.

방글라데시는 셰이크 하시나(67) 현 총리와 칼레다 지아(69) BNP 대표, 두 여성 정치인의 오랜 악연 때문에 20년 넘게 정권교체 때마다 진통을 반복하고 있다.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인 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은 1975년 지아의 남편인 지아우르 라만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로 암살당했다. 하지만 지아의 남편도 81년 또 다른 군부 쿠데타로 암살당했다. 정치적 앙숙일 수밖에 없는 두 여인은 군부 정권이 종식된 91년 이후 서로 정권을 번갈아 차지하며 다투고 있다. 지아 BNP 대표가 정권을 잡았던 96년과 2009년 총선을 앞둔 시기에는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하시나 현 총리가 총파업을 선언하며 지금과 똑같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은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측과 반(反)탁신 세력이 20년째 여야를 바꿔가며 다투고 있는 태국 정국과 똑같다. 현재는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현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며 반탁신 세력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잉락 총리는 정정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조기총선 카드를 꺼냈지만 야권은 중립인사가 참여하는 과도정부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13일엔 방콕 시내 20군데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여 교통을 마비시키는 '방콕 셧다운'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방글라데시의 경우 총선 결과에 양측이 물러섬 없이 맞붙을 태세여서 혼란이 커질 것"이라며 태국에 대해서도 "만성적 권력투쟁이 조기총선을 통해 해결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정국혼란은 저성장 수렁=최근에는 캄보디아까지 아시아 정국혼란에 가세했다. 지난 3일 임금인상 집회를 벌이던 근로자에게 총격을 가한 캄보디아 정부의 유혈진압은 30년 가까이 집권한 훈센 총리에게 최대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정부는 삼랭시 등 통합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 지도자 2명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고 이에 맞서 시민단체는 지난해 7월 치러진 총선 재실시를 요구, 긴장 수위가 가팔라지고 있다.

FT는 "아시아 주요국의 정정불안은 금리 및 환율상승으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이 손을 떼게 만든다"며 "동남아가 또다시 저성장의 수렁에 갇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정불안이 한 달째 지속 중인 태국 관광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 손실이 200억 바트(6억600만 달러, 약 6460억원)라는 추산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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