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폭락해도 .. 푸틴 믿는 구석은 석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또 다른 대응에 직면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에 병력을 증파한 직후인 3일(현지시간) 러시아 루블화 값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달러와 견줘 36.50루블 선에 이르렀다. 주가도 10%정도 폭락했다. 시장의 응징이다.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CBS에 출연해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과 미국이 공조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푸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시장의 압박과 미국이 주도한 서방 경제제재에도 푸틴이 잃을 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이 거꾸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버텨낼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 경제의 최대 약점은 우크라이나와의 금융거래다. 우크라이나 최대 채권자들이 바로 러시아 시중은행들이다. 우크라이나 외채 1340억 달러(약 143조원) 가운데 절반이 러시아에서 빌린 돈이다. 우크라이나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 러시아 몇몇 시중은행들이 부실화할 수 있는 규모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디폴트 우려가 시장 참여자들이 러시아 루블화, 국채, 주식 등을 처분하고 있는 이유"라며 "러시아가 자본 이탈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그 바람에 루블화 값이 올 들어서만 10% 정도 폭락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 중앙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5.5%에서 7%로 1.5%포인트 전격 인상했지만 루블화 가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치 외환위기 전야 같은 풍경이다.
그러나 푸틴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다. 영국 북해산 원유 값이 3일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4% 올랐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원유 값이 배럴당 110달러 선을 웃돌면 러시아 경제가 활력을 띤다"고 전했다. 지금껏 푸틴은 원유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러시아 경제가 사실상 침체에 허덕였다. 세금도 제대로 걷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서방과 대치할수록 원유 값이 오른다"며 "러시아가 갈등의 최대 수혜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귀띔"이라고 보도했다. 루블화 가치가 추락하는 일도 푸틴에게 나쁘지만은 않다. 비싸진 에너지를 수출하고 받은 달러나 유로화를 값이 떨어진 루블화로 바꾸면 액수가 더 불어난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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