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국가 먹여 살린다"

오애리기자 2012. 1. 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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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싱크탱크 보고서 "작년 1억달러 이상 벌어"

세계 최빈국 소말리아의 해적들이 국가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12일 웹사이트(www.chathamhouse.org)에 공개한 '소말리아 해적의 경제발전효과'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말리아 해적이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자국 경제발전을 위해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반도)'로 불리는 푼틀란드주 지역에서는 해적들이 벌어들이는 '인질 몸값' 덕분에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마을이 확대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중앙권력체계가 붕괴된 소말리아에서 해적은 현지주민들에게 일종의 거버넌스와 치안을 제공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현재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사람은 1016명이다. 인질 1인당 평균몸값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2008년 69만∼300만달러였던 몸값은 이듬해 900만달러로 뛰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올린 총 수입은 2008년 약 4000만달러, 2009년 7000만달러였으며, 지난해에는 1억35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푼틀란드주의 한 해 총예산이 1760만달러(2009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이다.

보고서를 쓴 개발경제학자 아냐 쇼틀랜드 브루넬대 교수는 몸값 수입이 해적조직 자체를 넘어 지역경제에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운전사, 요리사, 상인 등 일자리를 창출하고, 임금상승효과를 가져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푼틀란드에서는 수십개의 트럭회사가 새로 생겨, 쌀 등 생활필수품 수송비가 낮아지기도 했다.

특히 보고서는 야간에 인공위성을 통해 해당 지역의 불빛을 관측한 결과 가로웨, 보사소 등 일부 마을의 불빛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볼 때 경제성장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해적소탕을 위한 대규모 폭격작전 등이 이뤄질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소말리아 경제에 중대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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