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앵커멘트]

지난해 3월, 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에 전례없는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이 원전 도입을 앞두고 실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공할 피해가 예측된다는 보고서를 만들어 놓고도 원전 반대를 우려해 지난 50년간 비밀에 부쳐온 사실이 YTN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도쿄의 박철원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박철원 특파원!

이번에 YTN이 입수한 일본 정부의 극비 보고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리포트]

일본에 건설될 원자력발전소의 사고 가능성과 사고 발생시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종합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6만Kw의 소규모 원전에서 불과 2%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상정해서 만들어진 이 비밀 보고서는 지난 1959년 작성됐습니다.

그러니까 과학기술청이 지난 60년대 초반 원전 도입 전에 실제 사고 발생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구체적인 보고서를 극비리에 작성해 놓았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고 그동안 숨겨왔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를 대비해 영국의 로이드 보험회사에 손해배상 업무를 포함한 보험가입을 타진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과학기술청 주도로 자체적으로 면밀한 조사를 진행했고 그 내용이 이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따라서 엄청난 피해를 예상한 보고서가 당시 공개됐다면 현재 54기까지 건설된 일본의 원전 정책은 추진 자체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일본 공명당의 가토 슈이치 의원도 오랜 세월 보고서가 은폐되고 봉인돼 온 사실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의 말씀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가토 슈이치, 일본 공명당 중의원]

"(보고서는) 후쿠시마의 10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피난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입니다. 이런 일이 은폐되고 봉인돼 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질문]

예상 피해 규모가 막대하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였나요?

[답변]

사고 발생시 사망으로 봐야 할 '절망적인 사람'의 수만도 4백만 명, 피난 주민의 수는 2천만 명으로 예상했습니다.

토양과 대기, 바다 등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과 쌀과 과일 야채 등 생활 속에서 받을 피해 상황 등도 아주 구체적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이를 다 합친 피해 총액은 당시 일본의 국가 예산의 2.2배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해 규모였습니다.

일본 국회의 공개 압력에 문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뺌해 오던 정부는 비밀 기간이 종료된 지난 98년 18쪽 분량의 요약본만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1조 엔이라고 돼있는 요약본의 피해 총액과 달리 200쪽이 넘는 이번 실제 보고서에는 피해 총액이 3조 7천억 엔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일본 국회의 공개 압력에 어쩔 수 없이 요약본만 공개하면서도 피해 총액의 수치를 날조했던 사실도 이번에 밝혀진 것입니다.

이번 극비 보고서 발견으로 원자력발전의 태생적 문제가 벗겨지면서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YTN 박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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