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기자 없어서 얘기..미 쇠고기 싸고 좋아"

2011. 9. 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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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미 상원의원들 만나…'위키리크스' 공개 미 외교전문에서

다음날 대사와 점심식사, 4월 방미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사실상 약속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미국 상원의원들을 만나 "기자가 없어서 이야기하는데 미국산 쇠고기가 품질이 좋고 싸서 좋아한다"고 언급하고 "쇠고기 시장 개방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 사실이 4일 위키리크스 문서를 통해 공개됐다.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을 보면,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08년 1월16일 당선자 사무실에서 대니얼 이노우에, 테드 스티븐스 의원,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정몽준, 박진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석했다. 전문은 버시바우 대사가 작성했으며 기밀문서(confidential)로 분류됐다.

 이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쇠고기 문제가, 특히 한미 FTA 비준을 비롯한 양국의 다른 현안들의 진척을 막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쇠고기) 시장을 빨리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의 (쇠고기 시장 개방과 관련한)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여 자신의 취임 전에 쇠고기 문제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버시바우 미 대사는 "미국은 재개방을 위해 현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기와 관련해 차기 정부(이명박 정부)가 호의적인 고려를 해달라"고 답했다. 이에 이 당선자는 "노 대통령과 만찬 약속이 잡혀 있으니 그 자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당선자는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가 (품질이)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안전하기도 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당선자는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며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지만 쇠고기 소비는 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미 쇠고기 수출업계에 앞으로 더 큰 잠재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일 뒤에는 북한이 미국에 또 다른 쇠고기 수출 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농담도 한 것으로 전문은 전했다. 이 당선자는 수입 금지 전에는 (한국의) 쇠고기 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시장 자유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다른 외교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다음날인 17일 버시바우 대사와 점심을 먹으면서 그해 4월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할 것을 사실상 약속한 것으로 나온다.

 한편, 이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에 대한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2008년 내 가입에 대한 도움을 두 의원에게 요청하면서 주한대사에게 전망을 물었다. 그러나 버시바우 대사는 "양국의 새로운 보안 시스템 도입과 한국 쪽의 생체정보 전자여권 도입 지연 때문에 2009년 초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의(caution)를 줬다고 전문에 적었다.

 작성자인 버시바우 대사는 "종종 어색했지만 대체적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이 당선자가 두 의원과 대화를 즐겼다"며 "그가 경제적 문제들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분명했고, 쇠고기 문제는 자신의 정부에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히 바라고 있었다"고 전문 끝에 평을 덧붙였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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