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무능 조롱거리 된 '기모노 리더십'

정시행 기자 2011. 8. 3.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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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수습과정서 비효율·계파주의 드러내

" 미국 과 유럽연합 수장들의 리더십이 마비되면서 일본 화되고 있다."(이코노미스트)

"미국 정치판은 거의 일본 수준의 정치적 교착상태에 근접하는 중이다."(뉴욕타임스)

영미 언론들이 서구의 정치가 무능과 비효율, 분파 이기주의에 빠지고 있다면서 이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수식어로 '일본'을 대명사처럼 쓰기 시작했다. 심각한 국가적 위기나 내전에 빠진 것도 아닌데 한 국가의 내치(內治)가 이렇게까지 수모를 당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정치후진국 대명사로

영국 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후지산을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고 고집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림을 표지로 썼다. '미국과 유럽 정치가 일본화하고 있다'란 커버스토리는 최근 미국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 부도사태를 볼모로 부채 상한 협상을 파국 직전으로 몰고 간 것과 유럽연합의 큰손 독일이 남(南)유럽발 유로존 붕괴 위기 앞에서 이기적으로 행동한 것을 들어 이렇게 분석했다. "이는 20년 전 일본 경제버블 붕괴 당시 일본 정치인들이 보여준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리더십의 재현이다. (중략) 특히 미국 부채 상한 협상은 (일본 전통극) 가부키처럼 불투명하고 복잡했고, 양당의 행태는 일본 정치의 편가르기와 지적(知的) 왜소함을 빼다박았다."

뉴욕타임스는 1일 '부채 상한 협상은 타결됐지만 글로벌 경제리더로서 미국의 명성은 타격을 받았다'는 제하의 머리기사에서 "워싱턴 정가는 일본 수준의 교착상태에 근접했으며, 일본·유럽과 '누가 더 재정 문제에 있어 신뢰하지 못할 수퍼파워인가'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경제지 포브스와 블룸버그도 엉망인 일본 정치가 3·11 대지진 이후 일본의 재건에 최대 걸림돌이 되면서 투자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대지진 계기로 '기형정치' 노출

영미 언론들은 간 나오토 정권을 포함한 일본 정계가 지난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과정에서 무능과 비효율, 폐쇄적 계파주의 본색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야당과 여당 일부는 국가위기를 이용해 권력 쟁탈 쇼에 골몰하고, 사고 수습만 하고 물러나겠다던 간 총리는 '탈(脫)원전'을 모토로 임기를 연장하는 꼼수를 부리는 동안 도호쿠 지역 재건작업과 식품 방사능 오염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공영라디오(NPR)는 "일본 세습 정치인들의 현실감 결여와 계파 이기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보수 자민당의 일당독재가 반세기 넘게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고, 이코노미스트는 "한번 잘못 자리 잡은 정치문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치기 힘들다는 것과, 잘나가던 경제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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