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극비문서 입수 이후 스탈린, 北의 남침승인"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 2011. 5. 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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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회고록 출간

헨리 키신저(88·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미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사를 정리한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를 출간했다. 이날 서점에 발매된 이 책은 미·중 수교 과정 및 소련과 중국의 외교관계, 한국전쟁 전후 정세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과 관련해서는 스탈린이 미국의 극비문서를 입수하면서 당초 입장을 바꿔 김일성의 남침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전쟁 관련 = 전체 18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서 한국전쟁 부분은 1개 챕터를 이루고 있으며 35페이지에 달한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소련, 중국의 치밀한 전략 대결이었으며, 결국 소련의 스탈린이 최대 패배자라는 게 키신저의 분석이다.

우선 한국전쟁 발발 배경에는 미국의 '딘 애치슨 연설'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일성의 남침계획에 반대했던 스탈린은 1950년 4월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때 입장을 바꿔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김일성의 남침을 승인했다. 키신저는 "최근 획득한 외교문서를 볼 때 스탈린이 김일성의 남침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은 당시 스파이망을 통해 NSC 48/2 문서를 입수해 볼 수 있었던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 문서는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 외곽에 두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었고, 특히 이 문서가 극비로 취급됐기 때문에 소련의 정보분석가들은 아주 신뢰할 만한 정보로 간주했다"고 진단했다. NSC 48/2 문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모들이 입안해서 1949년 12월30일 당시 트루먼 대통령이 승인한 국가안보정책 보고서로, "한국을 미국의 극동 방어선 외곽에 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얼마 후 1950년 1월 국무장관인 딘 애치슨이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재차 확인됐다.

애치슨 연설은 한국뿐 아니라 대만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것은 스탈린의 오판을 유도한 것이며, 대만을 제외한 것은 소련과 중국의 이간전략이라는 게 키신저의 분석이다.

키신저는 한국전쟁의 모든 주체들이 상대방의 전략을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스탈린과 김일성은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키신저는 한국전쟁을 결산하며 "전쟁에 참여한 어느 곳도 그들의 목표를 온전히 성취하지 못했다"고 총평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모두 있지만 "최대의 패배자는 스탈린"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관련 = 키신저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에 대해 "6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에서 그보다 더 강렬한 인물을 만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은 대중을 압도한 반면, 저우는 대중에 퍼져나가는 인물이었고, 마오의 열정이 적을 장악하려 한 데 비해 저우의 지혜는 상대를 설득하거나 노련하게 다루는 쪽이었고, 마오는 냉소적이었지만 저우는 날카로웠다고 분석했다. 키신저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발생이 미국 내부의 역풍으로 딜레마를 제공했다고 지적하며 위기의 순간을 회고하기도 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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