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4호기 폐연료봉, 무엇이 문제인가.. 타고 남은 연탄처럼 에너지 남아

2011. 3. 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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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가능성 낮고 '핵폭탄'급 위력 없어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6호기 원자로 중 3·4호기에는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가 수조에 저장돼 있다. 특히 4호기의 경우 격납용기가 없는 상태에서 수조의 물이 마르면서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켜 대량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가 다시 핵분열을 일으킬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다만 일본 측의 사용후핵연료 보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1%'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의 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의 핵연료 물질이다. 쉽게 말하면 보일러에서 타고 남은 연탄과 같다. 하지만 여기에도 핵연료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남아 있다. 보통 원자로에서 쓰이는 순수 우라늄 연료봉은 95% 이상의 우라늄238과 5% 미만의 우라늄235로 구성되는데, 실제로 중성자로 때렸을 때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 에너지를 내는 것은 혼합비중이 적은 우라늄235이다. 그런데 사용후핵연료에는 이 우라늄235가 1% 정도만 남아 있게 된다.

핵분열 반응 시작에 필요한 핵연료 양을 '임계질량'이라고 하는데, 당연히 우라늄 농도가 낮을수록 임계질량에 이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양의 우라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90% 농도의 우라늄이라면 지름 수십㎝의 공 모양으로만 뭉쳐놔도 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1% 농도일 경우 물의 존재 여부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4호기 수조 안의 사용후핵연료가 모두 뒤엉켜도 분열이 힘들 수 있다. 따라서 현재 4호기에서 핵분열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사용후핵연료가 존재해야 하며 이것들이 모두 한곳에 뭉쳐지고,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 흡수 물질인 붕산이 포함되지 않은 물에 담겨야만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사용후핵연료에서 재임계, 즉 핵분열이 시작된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이 다량 방출되는 것은 맞지만 이는 폭발 형태가 아니다. 핵분열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 핵연료봉을 둘러싼 피복재(지르코늄)가 타서 없어지면 내부 핵연료가 분열과 함께 방출하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피복재가 산화하면서 발생한 수소 때문에 '폭발 현상'이 관찰될 수는 있을지라도 핵연료봉 자체가 터져서 비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타거나 녹아내릴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핵폭탄과 같은 핵폭발은 거의 힘들다는 사실이다. IAEA가 인정한 핵폭탄 실험이 가능한 최소의 우라늄 농도는 20%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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