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확대되는 반이민 정서

2010. 11. 14. 18: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난에 개도국까지도 "이민자, 자국으로 돌아가라"노동력 부족해 받아들였다가 경기 나빠지자 본국손황추진"이민자는 정치적 희생양" 지적… 범죄단체·인신매매 표적되기도

인구 80만명의 도시 거리 한가운데, 불법 이민자들이 구걸하고 있다. 철길 주변에 하나 둘 자리 잡은 이들은 노천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해먹고 고가도로 아래 괴나리봇짐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한다. 오갈 데 없는 이들은 거리를 배회하거나 구걸에 나선다. 일부 행인이 불쌍하다며 동전 몇 푼을 쥐어주기도 하지만, 주민 대부분은 이들의 활보에 불안감을 느낀다. 하루빨리 마을에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한 주민이 말한다. "그들이 정말 싫어요. 빨리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을 맞댄 텍사스나 애리조나 얘기가 아니다. 멕시코 중부 털티트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수많은 불법 이민자를 '수출해' 미국의 원성을 사온 멕시코지만, 멕시코 역시 중앙아메리카의 빈국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인이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길 원하 듯, 멕시코는 과테말라나 온두라스 출신 불법 이민자를 내쫓지 못해 고심한다. 반 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전 세계가 이민자에게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개도국까지 확대되는 반이민 정서

흔히 알려진 것처럼 이제 반이민 정서는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만 갖는 게 아니다. 유엔인구국(UNPD)은 전 세계에 약 2억만명의 이민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을 모아 나라를 만든다면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만큼 많은 나라가 이민자를 보내고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미 댈러웨이대학의 국제이민 전문가 마크 밀러는 "사실상 지구상 모든 지역이 국제 이민과 심각하게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이민은 전체 이민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UNPD는 추산한다. 때문에 최근 개도국 대 개도국, 개도국과 후진국 간 이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월드컵을 치르면서 경제가 활성화돼 외국인 유입이 크게 늘었다. 전체 인구 4900만명 가운데 약 200만명이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온 이민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이후 반 이민 정서가 급격히 높아졌다.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자 모든 화살이 이민자에게 돌아갔다.

아프리카의 차드와 우간다도 주변국에서 몰려드는 이민자 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수단 다르푸르 사태로 난민 수만명이 유입된 차드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폭력사태까지 빈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차드의 난민시설에 대한 유엔의 특별보호를 요청했다. 그동안 르완다 출신 난민을 받아들였던 우간다도 최근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할 태세다.

이스라엘도 최근 이민자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래도록 팔레스타인 주민의 노동력에 많이 의존해 왔지만, 테러 방지용 분리장벽을 설치한 이후 팔레스타인 노동자의 유입이 크게 줄었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아프리카와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출신 이민자에 문호를 열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인구 증가율(12.6%)이 유대계(1.7%)를 앞서자 이민을 규제하고 반 이민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반이민 정서, 정치 논리인가.

세계적인 반 이민 정서 확산 배경에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 언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이를 정치적 논리와 연결해 반 이민 정서를 분석했다. 각국에서 실업률과 집값, 월세는 치솟고 공공 서비스는 빈약해졌다. 대부분 나라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해졌다. 많은 국가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이민이 핵심 의제로 부각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유럽 선거판은 이민정책이 뜨거운 감자였다. 스웨덴은 최근 사상 처음으로 반 이민 정당이 의원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5월 선거 이후 구성된 영국 연립정부는 비 유럽 출신 이민자 수에 제한을 두었다. 덴마크 집권당은 이민자의 최소 임금을 본국인 노동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반 이슬람·반 이민을 내세운 극우정당이 연정에 참여하면서 반 이민이 새 내각의 정책 목표로 자리 잡고 있다.

일각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이념적 스펙트럼이 아니라 이민에 대한 찬반 정도에 따라 나눠진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영국의 이민·인종 문제 비평가인 서니 훈달은 "이민은 대리전적인 사안"이라며 "주택 부족과 물가 상승, 공공서비스 부족 등의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이민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늘어난 범죄까지 이민자 탓으로 떠넘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 사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정부는 지난여름 동유럽 출신 집시들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 본국으로 대거 추방했다. 그들이 거주하는 집시촌은 아예 매춘과 마약 거래의 소굴로 치부하며 불법 시설로 간주해버렸다. '국경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유럽연합(EU) 법규에 위배된다는 EU 집행위원회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대대적인 집시 추방에 나섰다. 프랑스의 집시 추방은 최근 몇 달 새 유럽의 반 이민 정서 확산에 불을 댕겼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최근 "다문화 사회 구축에 실패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넘쳐나는 국제 유랑자

합법적인 이민이 좌절된 사람들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경을 맴돈다. 불법 이민으로 입국한 나라 내에서도 단속망을 피해 전전하다 마약조직이나 인신매매 집단에 걸려들기 십상이다. 결국 범죄단체의 표적이 된 이들은 수많은 범죄에 노출되고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한다. 멕시코 국가인권위원회(NCHR)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2월까지 6개월 동안 1만명에 달하는 이민자가 범죄조직에 납치됐다. 멕시코의 이민문제 전문가 마구엘 앙겔 카스틸로는 "불법 이민과 관련해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면서 "(강력한 이민 단속은 있지만) 이민자를 목표로 한 범죄에 제재를 가하는 강력한 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각국에서 확산하는 반 이민 정서와 맞물려 국제 난민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에 따르면 어떤 나라의 국적도 없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위 무국적자(stateless)가 현재 12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결혼은 물론, 교육과 양육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국경선을 헤맨다. 그런데도 올해 도미니카에서는 불법 체류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주 노동자가 자국에서 자녀를 낳더라도 국적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이민법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 재난 등으로 떠도는 난민도 반 이민 정서 속에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UNHCR가 '출신국 밖에 있으며 일시적으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규정한 난민은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3640만명에 이른다.

안석호 기자 soko@segye.com

[Segye.com 인기뉴스]

◆ 김부선 "유명 정치인과 잤는데, 알고보니…"

◆ 힙합의 퍼스트 레이디 "15번 해고 당했다"

◆ 이효리 '가을 산행 함께 할까요?'…등산 사진 공개

◆ "성관계하면 성적 오른다" 학원장이 상습 성폭행

◆ 김문수 초청강연에서 "소녀시대, 쭉쭉빵빵이야"

◆ 술취한 승객 성폭행 택시기사 DNA조사로 덜미

◆ 어린이에게 '로우킥' 날린 여중생…이유는 '장난삼아'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무릎관절염 무료수술 캠페인] [렉스다이아몬드의 '슈퍼샤인'을 잡아라] < 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