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명나라 동전 발견..세계사 바뀔까

설원태 선임기자 2010. 10.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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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아프리카 케냐의 조그만 해안 마을인 맘브루니에서 15세기 중국 명나라의 구리 화폐가 발견돼 학자들이 아프리카의 대외 교류 역사를 새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며 흥분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아프리카의 첫 대외 교류는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에 의한 유럽과의 교류가 아니라 중국과의 교류가 더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및 케냐 학자들이 이 처럼 아프리카 교류사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는 것은 맘브루니 마을에서 발견된 조그맣고 녹슨 중국 동전 하나 때문이다.

18일 BBC 방송에 따르면 케냐 및 중국 고고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케냐 북부 해안 도시 말린디의 한 작고 볼품 없는 마을인 맘브루이에서 동그란 모양안에 네모 구멍이 파져 있는 '융러퉁바오'라 불리는 구리 화폐를 발견했다.

연구팀장인 베이징 대학 고고학과의 친다슈 교수는 "1403년에서 1424년 사이 중국에서 제조된 이 화폐는 황제 '청주'의 사신들이 운반했다"면서 "아마도 이 화폐는 황제가 케냐의 누군가에게 선물로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유럽인이 동아프리카에 도착한 것보다 100여년 전에 이미 중국인들이 아프리카 땅에 오고 간게 아니냐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과연 당시 어느 중국인이 아프리카를 오갔을까? 그 답은 중국의 대장군인 쩡허(鄭和)가 1418년 200-300대의 선단을 이끌고 인도양을 오갔기 때문이이라 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런 추정은 수 년 전 케냐 북쪽의 마을에서 중국인들의 흔적을 찾았기 때문이다. 케냐 북쪽의 라무 마을에서는 수년 전 한 어부가 고기를 잡다가 15세기의 화병을 건져 올렸고, 게다가 중국 과학자들은 이 마을에서 중국인 조상을 가졌다는 사람들을 상대로 DNA 조사를 한 결과 중국인 혈통을 확인했다.

이 같은 DNA 시험의 결과는 쩡허의 선단 중 일부가 케냐 인근 해안에서 폭풍우로 인해 침몰했고, 살아남은 선원들이 케냐 땅으로 상륙해 현지인들과 결혼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당시부터 베이징 대학은 3개년에 걸친 300만 달러의 연구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연구팀은 두 가지 이유로 맘브루니를 발굴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쩡허가 당시 가장 강력한 지배자였던 말린디 왕을 방문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고 또한 맘브루니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말린디는 지형의 변화로 인해 이 위치에 있지 않다.

둘째, 맘브루니의 옛 공동묘지에 세워진 묘비들 안에는 400여년 된 중국 청자들이 들어가 있어 이것이 바로 중국과의 오랜 관계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굴자들은 이곳 맘브루니에서 당시의 철 조각 등을 발견했고, 이어 명나라 시대의 청자 파편을 발견했다. 친 교수는 이것이 명나라 초기 왕실용으로만 제작된 청자의 파편으로 판단하고 있다.

친 교수는 청자 파편들에 대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조각이다. 아마도 쩡허와 같은 황제의 사신이 가져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증거들만으로는 결정적이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바스코 다 가마가 처음으로 유럽-동아프리카의 무역로를 열었다는 가설은 흔들리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한편 케냐 국립박물관의 연구원 허먼 키리아마는 "이런 것들을 보면 중국인들은 유럽인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아프리카에 접근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키리아마는 "중국인들이 황제의 선물을 갖고 아프리카로 왔던 것을 보면, 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자신과 동등하게 대우했음을 보여준다"면서 "동시에 이런 증거들은 포르투갈인이 오기 훨씬 이전부터 케냐는 외국과 활발한 무역국이었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중국은 유럽보다 훨씬 이전에 아프리카와 교역관계를 갖고 있었으며,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 교역을 다시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모두 이런 오랜 역사적 뿌리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2008년 현재 중국의 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1070억 달러(한화 약 119조8000억원) 규모로 미국의 아프리카 무역 규모보다 훨씬 크다. 또한 2008년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은 2000년에 비해 10배로 크게 증가해 중국이 아프리카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키리아마 연구원은 "오래 전 동아프리카는 서쪽이 아니라 동쪽을 지향했는데 아마도 이런 역사적 이유로 요즘 케냐 정치인들이 동쪽을 바라보라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원태 선임기자 solw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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