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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는 이혼도 못해요

미 이혼전문변호사협회 "금융위기 이후 시청 급감"

이코노믹리뷰 | 입력 2009.11.04 10:45 | 누가 봤을까? 40대 여성, 울산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파탄 나는 가정이 늘어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통설이었다.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가계부채가 가정경제를 짓누르면서 다투는 부부들이 늘어나 급기야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경우가 속출한다는 것.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 기간 동안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감지된다. 이혼에 따른 위자료, 양육비 부담 등이 버거워 '힘들어도 눈 질끈 감고 참자'는 주의의 부부가 도리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양육비 등 이혼에 따른 부담이 큰 미국에서 특히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이혼전문변호사협회(AAML)가 1600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해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월급, 집값이 떨어진 뒤 이혼 신청이 줄었다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57%가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이래 이혼 신청이 줄었다고 답했고 14% 만이 이 기간 동안 이혼신청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는 10%에 육박하는 실업률과 높은 가계 부채로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또 부부공동 명의로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모기지 대출을 신청하기라도 한 경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채무 분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집값은 3년 내리 하락세를 거듭하며 2002년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AAML의 게리 니컬슨 회장은 성명을 통해 "최근 경제상황으로 부부들이 이혼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배우자에 대한 극심한 분노와 불만에 사로잡혀도 참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들이 이혼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잡은 것은 아니라고. 니컬슨 회장은 "경기전망이 불투명하고 돈도 빠듯하기 때문에 많은 부부들은 일단 이 시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이지만 불경기 속 이혼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수입이 적은 상태에서 이혼을 하면 부담해야 하는 위자료 금액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돈 많은 부자들도 이혼의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지가 선정한 400대 부자에 들던 구글의 오미드 코덴스키 사장은 이혼 후 재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명단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밖에도 헐리우드 스타들이 엄청난 규모의 위자료를 물었다는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한편 영국에서는 이혼시 지급되는 거액의 위자료가 오히려 이혼율을 높인다며 이혼법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국 법률위원회는 결혼 전에 미리 위자료 액수를 명시해 두는 혼전 계약의 법적 효력 여부를 검토, 2012년까지 개혁안으로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은 미국과 달리 혼전 계약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 변호사 기준위원회 측은 "미국 등에서 보편화된 혼전 계약이 참고할만한 모델"이라며" 이혼시 여성들은 남편 재산의 절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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