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도둑질' 중.. 기사링크도 돈 내" AP와 종이신문들, 검색엔진에 선전포고

2009. 4. 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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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유경 기자]미국 뉴스통신업체 AP가 단단히 뿔이 났다.4월 6일, AP 통신은 인터넷 상의 저작권 위반자를 색출하고 적법한 라이선스를 구입하지 않은 인터넷 사이트가 트래픽을 '도둑질'하지 못하도록 다른 언론사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의 내용 중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저작권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온라인상에서 AP 콘텐츠가 더 이상 '무단 갈취' 당하지 않겠다"고 하는 부분. 이미 AP는 자사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해 오바마 대통령의 초상화 포스터 제작으로 큰 인기를 끈 화가 셰퍼드 페어리를 법원에 고소한 바 있다.

AP의 딘 싱글톤 회장은 "잘못 해석된 법으로 타인이 우리의 노력을 쉽게 수확해가는 일을 더 이상 참고 볼 수 없다"며, 새롭게 시스템을 개발해 온라인상에 배포된 AP의 콘텐츠를 추적, 합법적으로 사용되는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AP와 회원사의 콘텐츠가 무단 복제된 사이트에 사용자들의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화가 셰퍼드 페어리가 제작한 오바마 포스터는 2006년 4월 27일, AP의 메니 가르시아가 당시 상원이었던 오바마를 워싱턴 National Press Club에서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작성해 문제가 되었다. 사진은 'AP 셰퍼드 페어리 소송이 접수되었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한 2009년 3월 11일자 < 허핑턴포스트 > .

ⓒ www.huffingtonpost.com

AP 공격의 최종목표는 구글?

AP통신의 뉴스를 공급받는 회원사는 1500개 종이신문과 5000여개의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국이지만, 이번 성명서에 결의한 AP 이사 대부분은 종이신문사의 소유주나 최고경영자들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이번 AP의 성명서가 특정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포털사이트의 인터넷 검색엔진과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종이신문사의 '선전포고'라고 해석한다.

AP는 저작권, 특히 콘텐츠의 링크에 적용되어왔던 '공정 사용 체제'(Fair Use,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을 판권 소유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은 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미국 저작권법 상의 원칙)를 "오도된 법적 이론"이라 부르며 문제 삼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내부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AP 성명서 "업계의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 : 회원사의 요구에 따른 추가 비용 절감과 새로운 '제한적' 서비스 제공"

ⓒ AP홈페이지

AP의 수 크로스 부회장은 6일 < 뉴욕 타임스 > 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의는 공정 사용 체제를 정의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중요한 경제적 문제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 메이저 인터넷 통신업체와의 수익배분에 그들의 목적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논란을 접하는 사람들은, AP와 종이 신문업계의 '칼날'이 구글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테크 크런지 > 의 에릭 스콘펠드는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신문사들도 구글을 타깃으로 잡는다, 구글의 돈지갑이 제일 깊고, 웹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2006년 이래 신문사와의 컨소시엄에 강조를 두고 현재까지 793개의 신문사와 광고 파트너를 맺으며, 신문사 웹페이지로 직접 트래픽을 연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야후와는 달리, 구글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데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구글은 또 2009년 1월, 신문에 더 이상의 지면광고를 내지 않겠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종이신문의 불평 "구글은 도둑놈" "콘텐츠 수집회사는 기생충"

사실 이는 종이신문의 경제적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미국의 주요 종이신문들도 큰 위험에 처해있다. <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젠서 > 같이 이미 파산을 신청했거나 < 보스턴 글로브 > 처럼 파산할 위험에 놓인 신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 뉴욕타임스 > 와 < 워싱턴 포스트 > 도 이미 대대적 감원과 임금삭감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26일, < 워싱턴 포스트 > 의 발행인은 비용절감을 위해 전 부서를 대상으로 명퇴 신청자를 받으면서 "온라인 광고의 증가가 지면 광고의 손해를 메우지 못해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 이유로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AP와 종이 신문사들은 기사 생산은 종이신문이 하는데 그에 대한 막대한 이득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대신 챙겨간다며 많은 불평을 해왔다.

"구글이 언론사들로부터 '도둑질'을 하고 있다. 구글은 뉴스콥의 콘텐츠와 링크를 거는 데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 < 뉴스콥 > (News Corp)의 CEO 루퍼트 머독, 4월 3일 < 포브스 > 와의 인터뷰

"사용료를 내지 않고 주류 언론의 뉴스 콘텐츠를 수집하는 회사들은 '인터넷이라는 내장에 기생하는 기생충 또는 테크 촌충'이다. 조만간 저항에 부딪힐 것" - < 월스트리트 저널 > 편집자 로버트 톰슨, 6일 < 오스트레일리안 > 의 기고문

종이신문들의 이 같은 반응에 최대 검색엔진을 보유하고 있는 < 구글 > 의 대변인 게이브리얼 스트릭커은 아래와 같이 맞섰다.

"검색엔진이야말로 가치 있는 트래픽을 창출하고 전 세계 독자들과 연견해 줌으로써 신문사에 진정한 이득을 주고 있다. 구글 웹 서치와 구글 뉴스는 저작권법을 완벽하게 따르고 있다. 우리는 단지 사용자와 뉴스 사이트를 연결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검색엔진의 대표주자 구글과 온라인 뉴스수집 공급자 드러지리포트.

ⓒ 구글-드러지리포트

여론은 구글편? "신문 재벌들아, 당신들이 망쳤어"

뉴욕 시립대학(CUNY)의 언론학 교수 제프 자비스는 '신문 재벌에게: 당신들이 망쳤어'라는 글을 통해 "인터넷 웹이 탄생한 지 20년, 상업용 브라우저와 크레이그 리스트가 나온 지 15년, 블로그와 구글로 미디어의 경제지도가 바뀐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기성 언론사들은 변화하는 소비자 성향과 시장에 발맞추어, 이득을 창출하는 방법을 성공적으로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비즈니스 위크 > 의 사라 레이시는 "지난 수년간 AP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신문사들은 '트래픽=돈'이라는 인식 하에 인터넷 신문의 모든 페이지마다 'Digg(추천) 버튼'을 달아놓으며 갖은 방법으로 페이지의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 AP가 '적'으로 몰고 있는 < 구글 > 과 < 야후 > 같은 포털사이트, < 테크밈 > (Techmeme)과 < 디그 > (Digg) 같은 뉴스 수집(aggregation) 공급자들, 그리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오히려 신문사들의 노력을 값싸게 실현시켜 주었고, 어떤 기사가 독자의 인기를 끄는 지까지도 저렴하고 신속하게 알려주었다는 것. 그런데 이제 와서 인터넷에 '감시행위'를 하겠다는 신문사들의 행동은 위선적이라는 지적이다.

8일,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의 찰리 로즈는 "서로 연결된 경제와, 검색 엔진, 온라인 광고로 점철된 미래가 지금 여기에 와 있다, 그 미래에서 길을 못 찾는다면, 영원히 길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AP등의 기성 언론이 시간의 흐름을 거역하려 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기사아래 딸려 나오는 '공유' 아이콘들

ⓒ 뉴욕타임스화면캡처

자비스 교수는 AP가 원하는 대로 < 구글 > 에서 AP의 링크를 없앤다면 하루아침에 신문사의 트래픽 양이 3분의 1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 예상했다. 여기에 뉴스 어그리게이터와 블로거들, 페이스북 등에서도 링크를 지운다면, AP 등으로 향한 트래픽은 더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링크 삭제 없이 < 구글 > < 야후 > 등과 수익을 배분한다고 해도, 과연 현재의 경영난에서 기성 언론 매체들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성급하게 칼을 빼든 AP를 비롯한 신문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런 가운데 나온 < 테크 크런치 > 스콘펠드의 일갈은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 '도둑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문에도, 테크 크런치에도, 대형 인터넷 발행물에서도 다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혼동하지 말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도둑질'을 하는 수백만의 합법적 블로거도, 구글에 대한 것도 아니다. 현실은 미국의 신문 업계가 작년 한 해 미국에서만 75억 달러의 거래를 했다는 것. 그리고 비난할 누군가를 찾아 헤매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도래한 정보 소비 방식에 적응하는 노력을 하는 것 대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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