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기억 관장하는 뇌세포 "컴퓨터보다 똑똑하네"

이숙 2009. 2. 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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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사람 이름이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심지어 대화 도중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왜 기억나지 않는 걸까.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고 저장되는지 '기억에 관한 모든 것'이 지금 여기 있다.

◇ 내 머리 속의 '타임스탬프'수천 개의 뇌세포는 오늘도 당신의 머릿속에서 새로 생성되고 있다. 이 '신상 뇌세포'를 미국 소크 연구소 생물학연구팀과 호주 퀸즈랜드 대학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찰했다. 실험 수행 후 얻은 결과는 바로 뇌세포가 '타임스탬프 역할'을 한다는 것. 타임스탬프는 주로 시각이나 시점을 기록할 때 쓰는 산업용 기록 장치를 일컫는 것으로, 연구팀은 "'신상 뇌세포'가 인체 속의 타임스탬프 역할을 해 기억을 만든다"고 뉴론 저널을 통해 발표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뇌세포가 '2009년 2월4일 무슨 일이 발생했음'이라고 특정날짜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신에 비슷한 시간 혹은 동 시간에 발생한 사건들을 암호화해서 일의 선후관계를 파악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

또한 서로 다른 A와 B라는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같은 뇌세포가 활동했다면, 이 두 사건은 하나의 기억으로 연결돼 만들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뇌세포는 그 일을 한데 묶어 하나의 기억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때때로 영화 보러 갔던 날짜가 기억나지 않을 때 "그날 우리가 영화보기 전에 00레스토랑에 갔었지? 그러니까 그날이 4일이겠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연구팀은 또 "새로 생성된 뇌세포는 일정 기간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특정 사건과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과도 잘 연결시킨다는 뜻이다. 당신이 길을 지나다 팝콘 냄새를 맡고 며칠 전에 보러갔던 영화를 기억하는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뇌는 섬세하고 똑똑하게 일한다. 기억도 효율적으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눠 관리한다. 단기기억 저장소는 지금 후딱 지나가고 말 일들의 기억을 담당하고, 장기기억 저장소는 꽤 오래 전 있었던 사건을 회상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최근 뉴로 사이언스 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는 기억이 분리돼 관리될 뿐 아니라 단기기억소와 장기기억소의 위치도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지난 30년간 일어났던 일을 회상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단기기억 능력과 관련 있는 해마는 최근 1년간의 사건을 생각할 때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일수록 해마의 활동량이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3년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낮은 활동량을 보였다.

반면에 오래된 추억을 이야기 할수록 두개골 앞부분과 측면, 정수리 부분의 대뇌피질 활동은 활성화 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위에 나타난 부분들이 장기기억의 저장을 담당한다는 것을 뜻하는 동시에 단기기억소와 장기기억소의 위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실험에 참여한 래리 스콰이어 캘리포니아 대 정신의학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최근 일어난 사건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오래 전 일어난 사건은 비교적 수월하게 기억하는 이유를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 알고 보면 똘똘한 뇌의 단기기억 능력오래 기억하는 것을 '머리 좋다' 평하는 우리로서는 단기기억을 관장하는 곳이 장기기억을 관리하는 곳보다 덜 중요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기기억소는 기억을 저장하는 데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단일 신경세포로도 수많은 정보를 완벽하게 저장하고 처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 대학교 메디컬 센터 돈 쿠퍼 교수는 "뇌 앞쪽에 위치하고 있는 단일신경세포만으로도 상당한 기억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네이처 뉴로 사이언스 2월호에 게재했다.

또 이 연구로 약물복용과 단기기억능력 저하간의 관계도 밝혀졌다. 쿠퍼 교수는 "실험용 쥐에 코카인을 투입시킨 결과, 약물복용으로 단기기억능력이 훼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코카인이 도파민을 생성시켜 단기 정보를 기억하는 세포의 능력을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를 접한 미셸 쿠하 에모리 대 신경약리학 교수는 "단기기억을 관장하는 곳에 문제가 있을 경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정서장애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이번 연구결과로 신경조직에 관한 약들이 주의결핍과 같은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지연 인턴기자 ackkamomo@newsis.com※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18호(2월1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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