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결국 당신을 말해준다(?)"..일본서 '혈액형이론' 大열풍!

이남진 입력 2009. 2. 2. 12:05 수정 2009. 2. 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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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혈액형이 뭐예요?" 간단한 대화 같지만, 일본에서는 직장 업무나 중매 등에서부터 다양한 분야에 연관되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일본에서 혈액형은 과학적 측면과는 상관없이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고 AP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일본의 서적 유통업체인 '토한(Tohan Co.)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베스트셀러 서적 톱 10' 가운데 4편은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서적이다. '문예사(文芸社)'의 B형, O형, A형, AB형 혈액형 시리즈는 모두 합해 총 500만부 이상이 팔렸다.

문예사의 카베야 타쿠 수석 편집인은 "독자들이 혈액형에 따른 특성을 자신의 이미지와 견주어 '그래 그런 것 같아, 나야!'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적에서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혈액형의 특성을 살펴보면, A형은 감수성이 예민한 완벽주의자로 다소 과도하게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B형은 활기차지만, 별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정의된다. O형은 호기심이 많고 관대하지만, 고집이 센 사람으로 나타난다. 또 AB형은 예술성이 뛰어나지만, 다소 알 수 없고 예측불가능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 같은 혈액형에 대한 정의는 다소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이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 혈액형에 대한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조차도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자신의 프로필에 혈액형을 기재할 만큼 혈액형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아소 총리는 혈액형이 A형이고, 야당 민주당 지도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는 B형이다.

현재 일본에선 혈액형이 닌텐도 DS게임에 특색 있게 다뤄지고, 여성 액세서리 제품에도 혈액형에 따라 제작된 '럭키 백'이 백화점에서 유행하는 등 혈액형 붐이 일고 있다. 방송에서도 혈액형에 따라 남편을 찾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등장할 정도다.

이뿐 아니다 중매업체들은 혈액형에 따라 맞선을 중재하고, 기업들은 직원을 혈액형에 따라 차등해 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심지어 유치원에선 혈액형별로 그룹을 나눠 교육을 하고 있다. 또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에 금메달을 안겨다준 여자 소프트볼 팀은 선수들에게 혈액형 이론을 활용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훈련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혈액형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선 혈액형을 이용한 괴롭힘을 의미하는 "부라-하라"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또 일본 노동후생성에 따르면, 지속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직원 면접에서 혈액형을 물어 채용에 반영해 물의를 빚고 있다.

후생성 관계자는 "기업 임원들이 채용에 혈액형을 반영하는 것이 일종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신슈(信州)대학 심리학과 키쿠치 사토루 교수는 "혈액형은 혈액에 포함된 단백질로 규정되며, 성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과학적이지 못한 것에 근거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인종차별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형 이론'은 독일 나치시절 혈통이념에 의해 착안된 것으로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 정부시절 강한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일본에 정책적으로 도입됐다. 이후 이 같은 정책은 일본에서 사라지고 열풍도 차츰 사그라졌었다.

그러나 1970년대 노미 마사히코(能見正比古)가 저술한 '수혈액형 인간학 (血液型人間學)'이란 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혈액형 이론은 화려하게 다시 부활하게 된다. 이후 그의 아들인 토시타카는 '휴먼사이언스 ABO센터'라는 기구를 설립 적극 홍보에 나서게 된다.

토시타카는 "혈액형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원만하게 하고 재능을 발현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며 혈액형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혈액형에 대한 매뉴얼의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잘 해냈습니다. 자 결과에 만족하시나요? 당신의 혈액형은 결국 당신을 규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남진기자 jeans@newsis.com<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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