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에 빠진 한국..날개꺾인 '불도저'"<FT>

2008. 7. 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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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묘정 기자 =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등장했던 한국의 '미스터 불도저'가 추락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자 신문에서 전면을 할애한 분석기사를 통해 촛불시위에 휩쓸린 이명박 정부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재직 당시 강력한 추진력을 과시하며 '불도저'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역동적인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앞에서 갈 길을 잃은 채 방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강부자 내각'으로 대변되는 인사 잡음과 영어 몰입교육 논란 등으로 '정치 아마추어'라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추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면서부터.

광우병 위험이 제대로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타결된 이 협상에 대해 한국 국민은 분노했고, 수만명이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지도 어느새 두 달을 넘어서고 있다.

한때 70%에 달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 사이 20% 이하로 급락했으며, 청와대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의 정권 지지율보다도 낮은 7%라는 소문도 떠돈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불도저식' 추진이 먹히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민의 청취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던 것이 현재 위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한국의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촛불시위가 장기화되자 주변 지역 상인들이 볼멘 소리를 내놓기 시작했으며,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촛불시위 현장을 지켜본 외국인 투자자들도 한국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FT 역시 경제성장 지체와 물가 폭등, 원화가치 하락 등 최악의 대내외적 경제여건 속에서 촛불시위에 빠진 한국이 아시아의 '이 빠진 호랑이'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IMF 이후 10년, 한국은 아직도 다양한 경제재건 과제를 안고 있지만 출범 초기부터 강한 역풍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 대통령은 뒤늦게 청와대 비서진을 대폭 교체하고 개각 계획을 내놓는 등 민심수습에 나섰지만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이 대통령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가 지금까지 내세워왔던 '실용주의'는 수단일 뿐 정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전임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많은 비전을 갖고 있어 문제였다면 이 대통령은 비전이 너무 적어 문제"라면서 "기업의 CEO라면 몰라도 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임 정권에 대한 '철저한 부정'이 이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통령이 비록 50%에 육박하는 압도적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으로 나뉘어있는 상황인데, 이 대통령은 전임 정권의 정책을 모두 '좌파적'이라며 부정하다 보니 정작 선택 가능한 정책이 얼마 없어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 모두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4년 7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myo@yna.co.kr <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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