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波, 과거사 화해 다짐 속 불씨 남아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호르스트 쾰러 신임 독일 대통령은 15일 바르샤바에서 알렉산더 크바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과 화해와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불거지고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독일 언론은 전했다.
쾰러 대통령은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일을 떠올리며 "우리 독일인은 끔찍한 만행에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자신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바르샤바를 택했다고 밝혔다.
2차대전 이전에 폴란드에서 태어났던 쾰러 대통령은 이어 양국이 과거가 아닌미래를 내다보며 유럽연합(EU) 속에서 화해와 협력을 해나가자고 말했다.
크바니예프스키 대통령은 "폴란드의 EU 가입을 통해 어두운 과거가 되풀이 되지않을 것임이 보장됐다"면서 "폴란드는 EU에 자극제가 되는 것을 넘어서 앞서서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두 정상은 최근의 손해배상 논란은 양국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그다니스크 선언"의 유효성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다니스크 선언"은 지난해 10월 요하네스 라우 전 독일 대통령과 크바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2차대전 당시 양국 정부가 상대에게 했던 일에 대해 쌍방이복구 또는 배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폴란드에 살다 나치 패망 후 강제 추방된 독일인들과 후손들은 단체를 구성, 피해 보상이나 아직 폴란드에 남은 재산들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근년 들어 일부 보수정당과 민간단체들도 이에 가세해왔으며, 쾰러 대통령의 방문을 전후해 이같은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이에 대응해 지난 14일 레흐 카친스키 바르샤바 시장은 "독일이 전쟁을 벌여 폴란드에 엄청난 손실을 입히고 전례없는 규모의 대량학살을 자행해 놓고도 오히려 우리에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느냐"며 발끈했다.
카친스키 시장은 "만약 2차 세계대전 후 폴란드에 남은 자산에 대한 독일의 소유권 주장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나치시대의 폴란드 파괴에 대해 배상을 요구할 수도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동안 바르샤바가 입은 물질적 손실이 3백억 달러라면서 "이돈으로도 2천만 인구를 가진 도시를 재건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정상의 이날 다짐과 경고는 이러한 민간의 감정의 악화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두 정상은 독일 추방자단체가 폴란드를 상대로 "개인적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고 양국 정부가 이를 막을 수단이 없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쾰러 대통령은 손해배상 요구를 추진하는 세력이 실질적으로 정치적힘이 없다고 일축하며 전후 어떤 국제조약도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이나 양국 정부 간 화해 노력과는 무관하게 최근 경제난 속에서짙어지고 있는 독일 사회의 우경화 분위기를 타고 추방자단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일부 보수 정치인들이 가세하고 있어 이를 기화로 양국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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