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시리아行 러시아 항모에 연료보충 허용해 비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스페인 정부가 시리아로 향하는 러시아 항공모함 전단이 자국 항구에서 연료를 보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유일의 항모 '아드미랄 쿠즈네초프'호가 이끄는 러시아 항모 전단은 지난주 영국 해군이 그림자 추적을 하는 가운데 영국 해협을 지난 뒤 지브롤터 해협 남쪽의 스페인 자치구 세우타에서 정박해 연료를 보충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가 러시아 항모 전단의 입항 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이 전단이 항해하면서 보급과 연료 주입을 확보할지는 각 국가의 결정에 달린 사안"이라면서도 "이 전단이 시리아 알레포에서 민간인을 향한 공습을 강화할 게 매우 명확해 우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의회 자유당그룹 대표인 가이 베르호프스타트도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인은 알레포에서 저지른 러시아의 범죄를 비난하는 성명에 지난주 서명하고, 오늘은 범죄를 더 저지르러 가는 전단에 연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정말 그런가?"라고 꼬집었다.
스페인 정부는 이 같은 비난에 현지의 민간 차원에서 러시아 항모 전단에 연료를 판매하는 것이며 거래도 투명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스페인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동맹들과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근거해 러시아 항모 전단의 입항 허가를 재고하고 있다"고 물러섰다.
물론 러시아 군함들이 세우타에서 물자와 연료를 보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나토와 유럽연합이 시리아 알레포 휴전 중단과 함께 러시아의 알레포 공습 강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래 지금까지 러시아 함정 25척이 세우타 입항 허가를 받았다.
리엄 폭스 전 영국 국방장관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루크 코피는 허핑턴포스트에 "유럽 국가, 다름 아닌 유럽연합과 나토 회원국이 불법 침공에 참여하는 군대에 물류를 제공하는 것을 가능한 일로 생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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