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지막 보루, 백인 가톨릭마저 '흔들'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마지막 보루'인 백인 가톨릭의 표심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4% 포인트 밀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가톨릭계에는 공화당 지지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공화당이 낙태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정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 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통치 기간 중 가톨릭 신자들은 공화당 진영으로 대거 선회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신자유주의의 깃발아래 미국의 전통적 보수층과 종교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중에서도 백인 가톨릭들은 공화당의 든든한 지원세력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클린턴이 공화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백인 가톨릭 층 공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의 끊이지 않는 막말과 기행, 성추문, 음담패설 녹음파일 등 스캔들이 이어지면서 엄한 도덕적 잣대를 지닌 백인 가톨릭 신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톨릭은 미국 전체 유권자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비중이다. 가톨릭은 복음주의 프로테스탄트에 이어 미국 내에서 두 번째로 강한 교세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표된 ‘공공종교연구소(the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은 이미 트럼프보다 클린턴 쪽으로 표심이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지 이틀 후부터 5일 동안 실시된 이번 여론조사에서 백인 가톨릭 유권자들의 46%가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42%에 그쳤다. 전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응답에서는 클린턴이 49%의 지지율을 얻으면서 38%에 그친 트럼프를 11%포인트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는 10월5∼9일 132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 오차는 4% 포인트이다.
PRRI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로버트 존스는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공화당 세가 강했던 중서부의 핵심 경합주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까지 백인 가톨릭 신자들은 복음주의 개신교도들보다 훨씬 강한 공화당 지지 성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공화당에 표를 던져온 백인 가톨릭들이 이번 대선에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종교적이지 못한 행동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정면으로 맞서 입씨름을 했던 사실도 가톨릭계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자충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멕시코를 방문 중이던 교황이 멕시코 장벽 공약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면 기독교인이 아니다”고 비판하자 즉각 “종교 지도자가 남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한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맞받았었다.
교황에 대한 트럼프의 비난은 가톨릭계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로버트 조지 프린스턴대 교수 등 미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지성 30여명은 즉각 반 트럼프 선언을 발표했다. 당시 이들 지식인들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의 공약과 선거 운동은 교회 가르침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를 저속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트럼프는 테러 혐의자에 대한 고문과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등을 주장하며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고 있다. 이는 가톨릭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대선에서 교황은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교황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교황은 미국 가톨릭 유권자들을 향해 "공약을 연구하고, 기도하며, 양심에 따라 투표하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이날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선을 앞둔 미 가톨릭 신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는가"란 질문을 받고 "선거 캠페인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국민이 주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각 후보의)공약들을 잘 연구하고, 기도하며, 양심에 따라 선택하라고 말해주겠다"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그동안 논란 거리였던 낙태나 동성애보다도 가난과의 전쟁 등에 가톨릭 교회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낙태 반대 운동 그룹을 이끌고 있는 가톨릭 사제로 트럼프 선거 자문역을 해주고 있는 프랭크 페이본은 “과거처럼 (낙태 반대 등에 관한) 강한 메시지가 들리지 않고 있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우려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대선 당시 미국 내 큰 목소리를 지닌 가톨릭 주교단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세인트루이스의 레이먼드 버크 주교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사람에게는 영성체를 거부하겠다고 까지 선언했다. 케리 후보가 낙태를 찬성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베네딕트16세 교황은 버크 주교를 추기경으로 승진시켰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파인 버크 추기경을 한직으로 밀어내고 말았다. 교황은 또 지난해 4월 가톨릭 보수파를 대표해온 인물 중 하나인 프란시스 조지 시카고 교구장이 선종하자 그 자리에 진보적 성향의 블레이즈 커피치 주교를 앉혔다. 커피치 추기경은 기후변화 문제와 총기소유, 이민정책 개혁 등과 관련된 사회의 관심을 촉구해온 인물이었다. 교황은 이어 이달 커피치 교구장을 추기경으로 승진시켰다.
클린턴은 백인 가톨릭 신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톨릭 출신 의원들을 앞장세우고 있다. 리처드 J.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은 최근 아이오와 주 더뷰크에서 수녀들과의 토론회를 가졌다. 클린턴 선거캠프는 또한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 전통적으로 가톨릭의 비중이 높은 유권자 층을 상대로 각종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측이 그냥 앉아 있는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는 이달 열리는 ‘연례 가톨릭 리더십 컨퍼런스’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나는 가톨릭에 보내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생명을 존중하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다. 나는 당신들의 종교적 자유와 종교 의식을 자유롭게 행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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