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의 족쇄' 남성 후견인제 이번엔 폐지되나
참정권 보장 이어 주요변화 조짐으로 주목
"내가 내 보호자" 탄원 눈덩이…여론도 폐지 쪽에 기운 듯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아버지가 안 계시면 오빠, 오빠가 없으면 아들. 집안 남자의 허락을 받아야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이 같은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사우디 여성들의 탄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이번에는 원하는 결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들이 후견인제 폐지를 촉구하며 정부에 보낸 온라인 탄원이 1만5천건에 육박했다.
폐지 청원운동을 이끄는 대학교수 출신의 아지자 알 유세프는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사우디 왕실 법원에 끝내 전달하지 못하자 지난 26일 이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청원운동이 벌어지는 동안 트위터에는 "나 자신이 내 보호자"(IAmMyOwnGuardian)라는 해시태그가 남성과 여성에게 확산했다.
사우디 여성들은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가족 중 남성 후견인이 동의해야 결혼하거나 학교나 직장에 나갈 수 있고, 심지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여성 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출소할 때 남성 후견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여성은 감옥이나 보호소에서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 실정이다.
이 후견인 제도는 이슬람 국가 중 사우디에만 있는 것으로 약 30년 전 정부에 도입돼 굳어졌다.
후견인제가 여성 평등권을 침해하고 실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우디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2009년과 2013년 후견인제를 재검토했으나 실제로 폐지를 결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우디 정부는 후견인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해 여성 공직자를 채용할 때 후견인 동의를 폐지했다.
그러나 사기업 직장을 포함한 대부분 민간 부문에서는 여성을 채용하거나 참여시킬 때 여전히 후견인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불발과는 달리 이번에는 후견인제 폐지를 위한 청원이 결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돼 여성 17명이 공직에 선출되는 작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게다가 2020년까지 취업자 중 여성의 비율을 23%에서 28%까지 높여 여성 인력을 활용하려는 내용의 '비전 2030 플랜'도 올해 4월 발표됐다.
사우디 여론도 후견인제 폐지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아랍 여성 리더십 연구원'의 조사결과 '사우디가 성 평등을 향해 바른 방향으로 향해간다'는 데 남성과 여성 과반수가 동의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10년간 성차별에서 가장 개선된 실적을 보인 국가로 사우디를 꼽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남성 칼럼니스트인 압둘라 알 알위트는 26일 자 사우디 가제트 칼럼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후견인이 문맹인 아버지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개탄했다.
사우디의 여성 변호사인 소파나 다흐란은 미국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후견인 제도를 단순히 없앤다고 근본적인 차별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흐란은 "제도를 바꾸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은 계속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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