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건국' 100년 전 영국의 약속..팔레스타인 "국제법정에 소송 내겠다"
[경향신문] ㆍ중동분쟁 화근 ‘밸푸어 선언’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유대인들의 힘을 빌리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는 ‘밸푸어 선언’을 했다. 중동 분쟁의 화근이 된 이 밀약 100주년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법정 싸움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모리타니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 리아드 말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개회사에서 “영국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며 “영국을 상대로 국제법정에 소송을 낼 것이며 아랍연맹 회원국들의 지원을 바란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가입한 후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제소한 바 있다. 영국은 별 반응이 없지만, 밸푸어 선언에서 건국의 정당성을 찾아온 이스라엘은 “2017년 밸푸어 선언 100주년의 의미를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도 유대인들과 이 땅(팔레스타인)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며 “소송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으로 통칭되던 지중해 연안 지역에 유대 독립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는 영국의 밀약은 지금의 갈등을 불러온 원인이었다. 1917년 영국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는 유대계 금융자산가 로스차일드 가문의 돈을 빌리려고 “유대 민족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약속했다. 당시 영국은 오스만튀르크 제국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2년 전 영국은 아랍 지도자 알리 빈후세인에게도 팔레스타인에 아랍국가를 세우게 해주겠다며 ‘맥마흔 선언’을 했다. 이름은 ‘선언’이지만 사실은 아랍, 유대 지도자들과 개별적으로 약속한 밀약들이었다.
같은 땅을 놓고 이중계약을 한 영국의 조치는 두고두고 재앙의 불씨가 됐다. 밸푸어 선언이 알려지자 유대인들의 시오니즘 운동에 불이 붙었고, 유럽 곳곳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대량 이주했으며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은 추방되거나 요르단 등지로 피신해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02년 잭 스트로 당시 영국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밸푸어 선언을 “명예롭지 못한 결정”이라고 했고 2013년 노동당 제러미 코빈 등 하원의원들이 “영국의 역사적 과오”라며 사과했으나 정부 차원의 사과는 없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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