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국민들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상의 쿠데타보다 낫다"

박상주 2016. 7. 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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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라=AP/뉴시스】17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의 코제테페 모스크에서 거행된 터키 쿠데타 희생자들의 대규모 장례식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2016.07.18
【앙카라=AP/뉴시스】17일(현지시간) 터키 쿠데타로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앙카라에서 거행됐다. 유족들과 수많은 터키 시민들이 장례식에 참석해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지난 15일 밤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로 수도 앙카라를 비운 사이 일분 군부 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해 29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복귀하면서 쿠데타는 실패했다. 2016.07.18.
【앙카라=AP/뉴시스】수천명의 터키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앙카라 코자테페(Kocatepe) 모스크에서 거행된 터키 쿠데타 희생자들의 대규모 장례식에 참석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15일 밤 터키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로 수도 앙카라를 비운 사이 일분 군부 세력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해 29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발생 6시간 만에 복귀하면서 쿠데타는 실패했다. 그 후 그는 6000여명의 쿠데타 세력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6.07.1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상의 쿠데타보다 낫다.”

지난 15일 발생했던 터키 군부 쿠데타가 6시간 만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이미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결실을 체험한 터키 국민들이 만성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해 분명히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터키 국민들의 목소리를 상세하게 전했다.

터키의 자유진보 세력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수년 간 터키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고 한탄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하고, 자신의 권위주의적 동맹 세력을 확대했으며, 이슬람 근본주의 통치를 강화했다.

아직 군부 쿠데타의 정확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런 퇴행적 통치가 빌미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쿠데타 주동 세력은 성명에서 "법이 국가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헌법 질서,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다시 세울 것"이라고 선포했었다. 그러나 에르도안 정권을 뒤엎으려는 이들의 시도는 6시간 만에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코레이 수제르(25)는 17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민주주의가 최상의 쿠데타보다 낫다”라고 말했다.

터키는 1950년대 이후 현재까지 네 차례나 군부 쿠데타에 의해 정부가 전복됐다. 터키인들에게 쿠데타에 의한 강압적인 정권 교체는 낯선 일이 아닌 것이다. 터키 군부는 전통적으로 세속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군부 쿠데타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은 민주주의에 대한 터키인들의 갈증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십수 년 간 터키 경제는 가파른 성장을 이루었다.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처음 정권을 잡았던 2001년 3000달러에 불과했던 터키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10년 만에 1만 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터키 국민들의 삶은 놀랄 정도로 개선됐다. 그전까지 군주제와 독재 권력의 폭정 아래 눌려 지내던 터키 국민들은 이미 민주주의의 맛을 깊이 체험했다.

교통 상황을 알리는 이스탄불 시내의 전광판에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올라와 있었다. 지난 5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을 당시 대부분 군부 세력들은 이에 호응을 하지 않았다. 의회도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들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을 심하게 비난해왔던 정치 세력들조차도 군부 쿠데타를 맹렬히 비난했다. 최근 터키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국민 통합이 쿠데타 상황에서 벌어진 것이다.

쿠데타 발생 다음날인 17일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군중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이날 정오 터키 전역의 8만5000여개 이슬람 모스크에서는 쿠데타 발생 중 사망한 260여명을 애도하는 기도들이 울려퍼졌다.

이스탄불의 한 장례식에 참석한 누리 도넨(Nuri Donen)은 보스포러스 대교를 막아서고 있는 무장 군인들을 보는 순간 처음에는 테러가 발생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안 뒤 도넨은 사람들과 함께 쿠데타 세력에 저항하기 위해 인근의 경찰서로 달려갔다.

도넨은 “쿠데타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힘으로 통치할 수 없다. 국민들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드로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군부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그의 통치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터키식 베이글 노점상을 하는 젊은 여성인 제린 쿠데이(24)는 “F16 전투기가 머리 위를 나는 것을 보고는 상황이 종료됐음을 알았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이제 그를 뒤엎으려고 했던 이들을 엄중하게 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데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반대파들이 그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는 임기가 정해진 통치자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 경제는 발전하고 있고, 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개선되고 있으며, 종교에 억압됐던 여성들의 자유도 크게 신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 쿠데타가 성공했을 경우 그동안 터키의 발전도 전복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쿠데이는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조국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도르안에 대한 정치적 반대세력은 강고하다. 쿠데타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베키르 보즈닥 터키 법무장관은 17일 "숙정 작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6000여 명을 체포했다. 미국 정부가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성직자 페툴라 귤렌을 터키로 송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군부 쿠데타가 귤렌과 그의 국내 추종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 파티흐 모스크에서 엄수된 쿠데타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귤렌 지지 세력을 겨냥해 "모든 국가기관에서 확산하고 있는 바이러스 박멸을 계속하겠다. 암세포처럼 바이러스가 국가를 뒤덮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귤렌에 대한 터키 정부의 추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터키 정부가 귤렌의 쿠데타 가담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 어떤 증거를 내놓을 지 주목을 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귤렌은 16일 인터뷰에서 반민주적인 군부 쿠데타와 자신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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