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오판"..7년 조사 끝에 드러난 英 이라크참전 진상

2016. 7. 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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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2.6배..읽는 데만 9일 걸리는 방대한 분량 참전군인 유족 "블레어는 테러리스트"..보고서 환영
칠콧 보고서 [AFP=연합뉴스]
성조기를 두르고 있는 블레어 전 총리를 묘사한 그림을 들고 시위 참가자 [AP=연합뉴스]
칠콧 보고서 발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라크 참전군인 유가족들[EPA=연합뉴스]

'해리포터' 2.6배…읽는 데만 9일 걸리는 방대한 분량

참전군인 유족 "블레어는 테러리스트"…보고서 환영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영국이 2003년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하기까지 진상을 규명한 보고서가 작업에 착수한 지 7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를 이끈 원로 행정가 존 칠콧 경의 이름을 따 '칠콧 보고서'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이라크 참전 결정이 당시 토니 블레어 정부의 오판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참전의 명분이 됐던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근거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전 결정이 정보기관의 잘못된 정보와 평가에 기반을 두고 내려졌던 셈이다.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임박한 위험요소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마지막 수단이 돼야 했을 군사작전에 앞서 모든 평화적인 수단을 써본 것도 아니었다.

당시 총리였던 블레어는 미국의 결정에 대한 자신의 영향을 과대평가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조건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 역시 착각이었다.

영국군은 스스로 능력을 과대평가함으로써 '나쁜 결정'을 이끌었다.

파병 부대들은 사전 준비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에 따른 위험요인들을 제대로 밝혀 내각에 사전에 경고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해 장비 부족으로 이어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보고서가 '눈가림용'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기존의 이라크전 관련 보고서들보다 훨씬 전면적이고 비판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칠콧 경의 '평결'은 블레어가 판단착오 혐의에서는 유죄, 영국민에 거짓말을 한 혐의에서는 무죄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블레어의 참전 결정이 국제법을 어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칠콧 경의 말대로 그는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이 아니라 공적 조사위원회를 이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블레어 전 총리의 후임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2009년 칠콧 경을 비롯해 로런스 프리드먼 킹스칼리지대 교수, 작년에 작고한 역사학자 마틴 길버트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 출범을 발표하면서 출발했다.

위원회는 문서 15만 건을 검토하고 150명 이상의 증언을 듣고 관련자들에게 반론 기회를 줬다.

방대한 자료 검토에 더해 블레어 총리와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고받은 메모 등 기밀문서의 열람을 확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발표까지는 7년 세월이 걸렸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260만 단어로 쓰인 '칠콧 보고서'는 영국 인기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100만 단어)의 2.6배, 성경(77만5천 단어)의 3.3배 이상의 분량이다.

BBC 방송은 12권의 보고서를 모두 읽는 데만 9일이 걸린다고 전했다.

보고서 공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에서 사망한 장병의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를 표시했다.

이라크에서 형제를 잃은 한 여성은 이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블레어 전 총리를 "세상에서 가장 최악의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했다. 일부 유가족도 응원의 함성을 보냈다.

유족 대부분은 성명을 발표하고 떠나는 칠콧 위원장에게 박수를 보내며 7년 넘는 세월을 기다린 진상 보고서 발표를 환영했다.

일부는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해 온 내용"이라며 "증거를 갖게 된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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