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다카 테러범, 인질들에게 코란 구절 암송 '시험'

강지혜 2016. 7. 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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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지난 1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인질극 목격자들은 테러범이 코란 구절을 암송하는 '시험'을 봤다고 증언했다.

테러 생존자가 현지 지역방송 ATN뉴스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0분께 다카 굴샨 지역에 있는 '홀리 아티산 베이커리'에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이 침입했다.

당시 식당에는 이슬람 성월(聖月)인 라마단 만찬을 즐기는 수십 명의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날은 알라의 최초 계시가 선포된 날을 기념하는 '라일라트 알카드르'(Laylat Al-Qadr·운명의 밤)였다. 라일라트 알카드르가 포함된 하순 10일간은 라마단 중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기간으로 간주된다.

식당에 침입한 테러범들은 허공에 총을 쏜 뒤 종업원에게 모든 조명을 끄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 검은색 천으로 폐쇄회로(CC)TV를 덮어 씌웠다. 이후 천장을 향해 자동 소총을 수차례 발사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현장에 있었던 종업원 수몬 레자는 워싱턴포스트(WP) 등 기자들에게 "테러범이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고 공중을 향해 총을 쐈다"며 "그러나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총을 쏘거나 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레자는 "겁을 주려고 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의자와 식탁 밑으로 들어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고 했다.

부엌으로 대피한 시민들과 종업원 일부는 건물 옥상과 뒷문으로 달려갔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옥상으로 도망쳤던 아르헨티나인 주방장 디에고 로씨나는 "테러범들은 폭탄과 총, 기관총으로 완전 무장하고 있었다. 끔찍했다"며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직도 믿기 어렵다. 영화 같았다. 그들이 총으로 나를 겨눴고, 총알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었다. 인생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었다. 내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35명은 탈출에 실패했다. 다음날 오전 구출된 방글라데시인 하스낫 카림의 아버지에 따르면 인질들의 운명은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달려있었다.

테러범들은 코란 일부 구절을 암송할 수 있으면 다시 식사를 하게 하고, 실패하면 인질을 사살하거나 고문했다고 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코란 구절을 외우지 못한 사람의 혀를 자르며 고문했다. IS는 자신들의 트위터 계정에 관련 사진을 올렸다. 희생자들은 피로 흥건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카림은 "총을 든 테러범이 식당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코란을 외워보라고 시켰다고 한다"며 "구절을 암송한 사람은 살려뒀고, 라마단 마지막 날 식사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2일 새벽 10시간 동안 대치한 끝에 테러범 6명을 사살하고 1명을 생포했다. 인질 13명도 구조했다.

방글라데시 군 대변인인 나임 아슈파크 초우드리 준장은 기자들과 만나 "희생자 대부분이 날카로운 흉기에 찔려 잔혹하게 살해됐다'고 말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진압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를 믿는 사람은 이 같은 행동을 할 수가 없다"며 "그들(테러범)은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믿는 유일한 종교는 테러리즘이다"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하시나 총리는 희생자를 기리며 이틀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한편 방글라데시 당국이 이번 테러로 경찰관 2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희생자 숫자는 22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알려진 테러 희생자는 민간인 20명이었다. 각국 정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9명, 일본인 7명, 인도인 1명, 방글라데시인 3명이 이번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미국 에모리대학 재학생 2명도 숨졌다.

극단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는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IS는 1일 밤 지지자들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IS 격퇴전을 벌이는 국제사회를 비난하며 "전투기로 무슬림들을 죽이는 한 그 나라의 국민들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생존자와 테러범을 상대로 정확한 인질극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있는 IS 수뇌부가 이번 테러를 직접 기획했는지도 수사 중이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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