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성소수자에게 반드시 용서 빌고 사과해야"

김상범 기자 2016. 6. 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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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교황 “배척 아닌 포용을”

“그들은 차별 대신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목회자의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즉위 후 줄곧 성소수자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독교인들은 성소수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26일(현지시간) 아르메니아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뜻을 밝혔다. 유럽, 미주, 아시아 여러 곳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로마가톨릭 수장의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기독교인들은 이들에게 반드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며 “교회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가난한 이들, 착취당하는 여성들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도, 무기(전쟁)들에 축복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뒤 줄곧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왔고, 그해 미국 최대 성소수자 잡지 ‘애드버키트’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다. 전통 교리를 내세워 성소수자들을 배제해온 이전 교황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교황의 발언이 알려지자 미국의 저명한 예수회 신부 제임스 마틴은 페이스북에서 “놀라운 순간”이라고 표현하며 “2000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유대인과 원주민, 이민자와 여성들에게 사과한 적은 있지만 어느 교황도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한 적은 없었다”고 썼다.

앞서 23일 독일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은 미국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성소수자를 소외시킨 교회의 잘못을 사죄한다”고 했다. 교황의 이번 발언은 기자들이 마르크스 추기경의 말에 대해 질문하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교황은 “이런 상황(동성애)에 놓인 사람이 선의를 갖고 신을 찾을 때, 우리 중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3년 전 동성애자들을 교회가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대답을 되풀이한 것이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부터 미혼모 자녀들에게 세례를 해줬고, 이를 거부하는 성직자들을 ‘위선자들’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교황의 포용적인 태도는 바티칸의 보수적인 고위 성직자들과 신도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2014년 10월 바티칸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를 열고 동성결혼과 이혼, 피임과 낙태, 동성애 등 가톨릭이 금기시해온 문제들을 공론에 부쳤으나 보수적인 주교들의 반발로 결국 새로운 지침을 내놓는 데에 실패했다.

교황의 개인적인 의지와는 별개로, 가톨릭의 규율과 제도가 여전히 성소수자들을 배척한다는 비판도 많다. 지난해 1월 프랑스가 바티칸 대사로 동성애자를 임명하자 교황청이 신임장 제정을 끝내 거부, 프랑스 대사직은 공석으로 남았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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